새해 첫날, 대전 인근에 있는 향적산에 다녀왔다.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갔지만 등산객이 아주 많았다. 등산로 입구의 주차장과 주변도로까지 차들이 늘어서 있었다. 향적산의 높이는 575m다. 등산로도 다양하다. 가파른 길은 정상인 국사봉까지 질러가는 길이고, 완만한 길은 산 아래 펼쳐있는 치유의 숲을 돌아서 올라가는 길이다.
최주환 (전)한국사회복지관협회장 |
차에서 내리자마자 가파른 길을 택해 오르기 시작했다. 끝도 없는 오르막길을 헐떡거리며 올라갔다. 정상 바로 밑에는 아직도 눈이 남아있어서 길이 매우 미끄러웠다. 마주치는 사람들과 주고받은 새해 인사가 힘을 북돋아주었다. 그 응원 덕분에 정상까지 너끈하게 올랐다.
향적산의 정상은 사방이 탁 트여있어서 가슴이 시원했다. 지난 연말의 답답함을 잠깐이라도 털어낼 수 있었다. 사실 지난해는 충격적인 일들이 많았다. 연초의 정치인 2명에 대한 피습사건을 시작으로 크고 작은 일들이 꼬리를 이었다. 12월에는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제주항공 참사까지 헌정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격랑이 나라를 흔들어댔다. 앞으로의 여정도 불확실한 형편이긴 하지만, 어느 정도 가닥이 잡혀가는 새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꾸준히 오르면 정상에 도착할 수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에도 예측가능한 일들이 더 많아지기를 소원한다. 시원하게 앞날을 조망할 수 있는 나라가 되기를 빈다.
정상에서 20분 정도의 휴식을 취한 다음, 내려갈 때는 올라올 때와 다른 길을 택했다. 처음 가보는 길이라서 조금 불안했다. 길은 평탄했고 경치도 좋았다. 계룡산의 천왕봉이 멋지게 보이는 쉼터도 있었다. 다소 경사각이 큰 길로 접어들자 생각했던 것보다 길이 험했다. 한참을 빠르게 내려오다 보니 두 갈래 길이 나왔다. 어디로 가야할지 알 수 없었다. 지인에게 전화를 해서 하산 방향을 찾을 수 있었다.
갈래 길에서 방향을 모르는 것의 어려움을 잠깐이나마 실감할 수 있었다. 다른 방향을 택했더라면 도로 산꼭대기를 향할 뻔했다. 올 한해의 삶도 바른 방향을 택하는 새해가 되기를 빌고 또 빌었다.
산을 오르내리면서 새해의 소망을 정리하려고 했던 건 아니다. 그런데 오가는 길에서 정겹게 나눈 새해 인사가 격려와 응원의 중요성을 깨닫게 했다. 서로 아무 표정 없이 지나쳤더라면 삭막했을 것이다. 정상의 시원한 풍경에서 꽉 막힌 정국을 떠올린 것도 의도적인 발상은 아니다. 내려오다가 만난 갈림길에서 방향의 중요성을 떠올린 것도 자연스런 착상이었다. 저절로 그런 생각들이 떠올랐다.
새해 첫 산행이어서 여러 상념이 겹쳤는데, 올해의 소망이 산행 길에서 정리된 느낌이다. 온 나라가 ‘격려와 응원을 나누는 새해, 시원하게 전망이 트이는 새해, 바른 방향으로 가는 새해’가 되기를 두 손 모아 빈다.
손정임 기자 sjo544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