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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과 ‘외로움’ 사이

기사승인 2025.08.25  11:5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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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이나 외로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뜨겁다. 어떤 나라에서는 이와 관련된 행정부서를 따로 만들어서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고독이나 외로움은 은퇴 이후의 노인들이 겪는 삶의 문제 정도로 보았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고독과 외로움을 구분해서 보자는 의견도 적지 않다. 고독은 스스로 혼자가 되는 것이고, 외로움은 스스로가 원하지 않았는데 혼자가 되는 것으로 보자는 것이다. 고독은 사유(思惟)와 회복으로 연결할 수 있고, 외로움은 단절과 절망으로 연결된다는 의견도 있다. 

그렇다면 고독은 건강한 혼자이고, 외로움은 아픈 혼자인 것이다. 혼자라는 양상은 같지만 그 안쪽을 들여다보면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존재한다. 고독은 삶을 한 차원을 끌어올리려는 결단이고, 외로움은 삶이 나락으로 굴러 떨어지는 비극인 것이다. 

최주환 (전)한국사회복지관협회장

대중가요에서는 고독과 외로움을 함께 사용하는 경향이 잦다. 이별을 경험한 사람의 가슴을 녹여내는 노랫말들은 고독과 외로움이 뒤섞여 있다. 아프다가 슬프고, 슬프다가 아픈 과정이 되풀이된다. 고독과 외로움의 양상만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에서도 지적한 바 있는 것처럼, 양상은 같지만 그 안쪽의 형편은 전혀 딴판이다. 

고독은 성찰과 전망을 설계하고 실천하는 치열한 작업이 이루어지는 계기가 된다. 혼자 머리를 쥐어뜯는 과정을 겪지만, 주저앉지는 않는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지혜로운 사람들은 일부러 고독해지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고독해져야 답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로움은 여러 곳에 상처만 진하게 남긴다. 몸에도 상처가 생기고, 마음에도 썩어문드러진 상흔이 남는다. 심지어는 다른 사람의 삶을 할퀴기도 한다.

고독과 외로움을 별나게 생각하게 된 이유가 있다. 50여일 전에 미국에서 살고 있는 딸이 쌍둥이를 출산했다. 하나를 양육하기도 힘든데, 아이 둘을 한꺼번에 돌봐야 하는 어려움은 고단하고 힘든 일이다. 그래서 아내가 미국으로 갔다. 미국으로 건너간 지가 벌써 한 달이 되었다. 생각해 본 적도 없는 ‘독거노인’ 신세가 된 것이다. 

1주일간은 그런대로 견딜 수 있었다. 미리 만들어 놓은 반찬이나 다른 요리들을 먹기만 하면 되었는데, 그 이후부터 어려운 일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각종의 가전용품을 다루는 것은 미리 학습해 두었는데도 작동이 쉽지 않았다. 끼니마다 음식을 챙겨 먹는 것은 더 어려웠다. 대형마트에는 간단한 조리만으로도 먹을 수 있는 식자재들이 넘쳐났지만 실제로 먹어보니 금세 물리는 것들이 태반이었다. 혼자 사는 어려움이 실감났다.

독거노인으로 한 달을 살면서 자연스럽게 고독과 외로움을 깊이 들여다보게 되었다. 현재의 형편이 고독한 형편이건 외로운 형편이건 간에 혼자라는 낯선 상황은 이질적인 경험이다. 이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는 것이 슬기로운 선택이 될 수 있을까를 두고 생각이 많았다. 결론은 어차피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으면 그 시간들을 즐겨보자고 했다. 그러나 현실은 쉽지 않았다. 

다행히 몸무게도 줄지 않았고, 요일마다 해오던 일들도 흐트러지지 않고 있다. 솔직하게 말하면, 깊은 고독이나 외로움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그래서 틈이 나는 시간에는 그동안 읽지 못했던 다양한 책들을 열심히 읽고 있다. 혼자가 되었지만, 늘어지지 않고 좋은 입장들과 마주한 것은 특별한 소득이다. 그동안 놓치고 살았던 소중한 일들을 새롭게 깨달은 점도 감사하다. 

손정임 기자 sjo5448@naver.com

<저작권자 © CAM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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