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최주환 (전)한국사회복지관협회장 |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은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고 권력의 존망을 가르는 척도로 작용해 왔다. 그런데도 요즘 세상 돌아가는 모양을 보면 적재적소의 원칙을 내팽개친 것 같다. 어디서 그런 사람들을 골라냈는지, 궁금할 정도의 인물들이 장관후보자로 내정됐다. 일부 후보자의 경우에는 국민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물론 완벽하게 검증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또 진영논리에 매몰된 보수언론들의 작태가 발단이 된 부분도 적지 않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장관후보자로 발표된 일부 인물의 이력과 행태는 국민들의 눈높이에 한참이나 미치지 못한 함량미달의 인사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인사가 망사(亡事)로 변한 느낌이다.
2,000년 전에 쓰인 사마천의 사기에는 잘못된 인사가 부른 참사가 기록되어 있다. 전국시대 조나라의 명운을 가른 ‘장평대전’의 비극이 대표적이다. 당시 조나라의 효성왕은 진나라의 거짓정보와 이간술책에 휘말려 염파 장군을 해임하고 이론에만 능한 조괄에게 군사를 맡겼다. 조괄은 책만 열심히 읽은 서생에 불과했고, 실전경험은 전무했다. 심지어 조괄의 어머니마저 나서서 ‘조괄은 군대를 망칠 것’이라고 만류했을 정도였다. 그런데도 효성왕은 듣지 않았다. 결과는 참혹했다. 40만 대군이 생매장되고 조나라는 몰락의 길로 들어섰다. 청장년층이 전멸해서 나라를 운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인사가 망사로 변한 대표적인 사건이다.
물론 다른 경우도 있다. 관포지교(管鮑之交)의 한쪽 당사자인 관중을 재상에 등용한 제나라 환공의 사례가 그것이다. 제나라 환공은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관중을 붙잡아서 처형하려고 했다. 그러자 공신인 포숙아가 천하를 제패하려면 관중을 꼭 등용해야 한다고 상소를 올렸다. 생각이 복잡했지만, 환공은 포숙아의 건의를 받아들여서 관중을 재상의 자리에 앉혔다. 관중은 포숙아의 상소대로 뛰어난 정치적 군사적 역량을 발휘해서 제나라를 당대 최강국으로 만들었다. 한나라의 고조 유방도 탈영병 신세였던 한신의 가능성을 보고 중용해서 대륙통일의 기틀을 마련했다. 환공과 유방의 사례는 인사를 통해 만사를 해결한 유용한 교훈이다.
인사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나라의 흥망성쇠를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다. 특히 나랏일을 담당하는 주요 인사를 발탁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은 희망의 메시지를 보려고 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온갖 오물들이 튀어나오고 추잡한 뒷이야기들이 들춰지면 국민들은 실망을 넘어 좌절에 이르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힘들어 죽겠다는 소리들이 많다. 반도체 쪽의 열기와는 달리 민생현장은 고통을 호소하는 소리가 크다. 이런 마당에 ‘망사(亡事)’로 보이는 인사로 나라가 온통 시끄럽다. 분명 신중한 검토가 있었을 테고, 의도가 담긴 인사였을 게다. 그러나 거친 결심은 후폭풍을 부를 수밖에 없다. 한쪽만 쳐다보면 눈도 정치도 다 삐뚤어진다.
이영재 기자 sd534@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