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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내야 바뀐다

기사승인 2026.09.21  11:5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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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환 (전)한국사회복지관협회장

사회복지계의 침묵이 너무 길다. 직능단체별로 부산하게 움직이고는 있으나 사회복지계가 단일대오가 되어 움직인다는 소리를 들은 지가 오래되었다. 현재의 상태가 만족해서 조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가 전혀 없어서 움직이지 않는 것도 아닐 것이다. 그런데 왜 이리 조용한가. 사회복지계가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문제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내부적인 문제도 있고, 외부적인 문제도 있다. 내부적인 문제야 스스로 알아서 처리해 나가면 될 일이겠으나 외부적인 문제까지 입을 닫고 있으면 언제 해결의 실마리라도 잡아낼 수 있을지 조금 답답하다. 주저앉아 있어도 누가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는 구석이라도 있는지 궁금하다. 

세상은 급변하고 있다. 자고 나면 뭐가 새로워졌다는 소리가 들릴 정도다. 그래서 발이 빠른 사회복지사들은 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한다고 AI를 공부하는 열심을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AI를 사회복지현장에 도입해서 행정관리와 서비스관리에 접목하려고 분주하다. AI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교육과정도 숱하게 개설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노력도 중요하지만 큰 틀에서 움직이지 않으면 또 하나의 과제만 쌓일 뿐이다. 사실 AI가 모든 걸 처리해 주는 건 아니다. 일일이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으면 AI는 움직이지 않는다. 현장에 AI를 도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정책을 바꿔내고 예산을 정상화하는 일이다. 

정책의 입안과정과 예산의 편성과정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냉정하다. 힘이 없으면 항상 뒤로 밀리게 되어 있다. 힘은 논리 일수도 있고 정당성일 수도 있지만, 일단 여러 사람이 모여 소리를 내야 힘으로 격상된다. 예전의 경험으로 볼 때, 정부예산에서 몇 천만 원을 새로 만드는 일도 녹록한 일이 아니었다.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을 조정하기 위해서는 1년 넘게 치밀한 작업을 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전국단위의 모임을 조직하고 요구사항을 단순화해서 소리를 질러댔더니 정책을 수정하는 일도 가능했다. 물론 점잖게 할 일이 있다. 하지만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물리적으로 연대하고 목소리를 모아야 풀리는 일들이 많다. 

직능별 활동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으로 당장의 문제는 처리할 수 있을지 모르나 공통의 현안이 해결되는 건 아니다. 직능단위의 목소리로는 힘이 약하고, 밥그릇 챙기기로 보일 수도 있다. 직능의 벽을 허물고 하나의 소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복지정책의 향방을 쥐고 있는 담당자들이 움직인다. 물론 이슈를 단순화하는 과정에서 직능 간의 이견이 분출할 수 있지만. 만나서 토론하고 시급성을 기준으로 의견을 모아가면 안 될 일도 없다. 예전에도 가능했던 일이다. 특히 스스로를 ‘을’이라고 규정할 필요는 없다. 정책담당자들을 우리의 심부름꾼이라고 생각해도 잘못된 일은 아니다. 입을 열어야 한다. 자주 모여서 소리를 내야 바뀐다.

이영재 기자 sd534@naver.com

<저작권자 © CAM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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