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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보다 ‘역할’이다.

기사승인 2026.08.17  1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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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환 (전)한국사회복지관협회장

우리는 성공을 높은 자리에 오르는 걸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다. 그래서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을 보면 성공한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실제로 높은 자리에 오르면 급여와 권한 그리고 대인관계 등이 질적으로 달라지는 건 사실이다. 사회적 부러움과 경제적 여유를 한꺼번에 거머쥔 탁월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자리 때문에 삶이 망가지는 경우를 자주 본다. 모두가 선망하는 자리에 올랐지만 자리에 맞는 역할을 하지 못하다가 스스로 주저앉는 이들이 적지 않다. 큰 조직이든 작은 조직이든 자리만 차지하고서 조직이 나가야 할 길을 가로막고 있는 사람도 흔하게 목격할 수 있다.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게 능사가 아니란 말이다. 

우리가 먼저 살필 것은 높은 자리가 아니다. 그 자리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자리에 있으면서도 일 처리 방식이 엉망인 사람의 사례는 부지기수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만 밀어붙이다가 조직 자체를 위기국면에 빠뜨린 이들도 많다. 특히 함량 미달인 선출직 고위공직자가 그렇다. 그들은 자신의 권한을 막무가내로 휘두르다가 조직을 수렁 밑바닥까지 떨어지게 만든다. 방만한 재정 운용으로 조직을 거덜 내버린 이도 있다. 그런 사람에게 높은 자리는 성공이 아니라 불행의 시작일 뿐이다. 자리에는 그 자리에 적합한 품격이 있다. 그중에서도 으뜸이 역할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내는가 하는 점이다.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인물들의 특징이 있다. 자기를 지지하는 사람들과만 의논하는 것이다. 다른 의견들은 듣는 시늉만 한다. 그러니 회의를 열 번 하고 토론회를 그보다 더 많이 해도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그러고는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쳤다면서 자신의 생각을 밀고 나간다. 결말은 설명할 필요도 없다. 몇 곳의 광역자치단체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다.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은 자신의 고집을 뒤로 밀쳐두어야 한다. 고집은 패착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널리 의견을 구하고, 자신의 생각과 다른 의견을 기꺼이 존중해야 한다. 듣기 좋게 꾸며낸 말과 아첨하는 표정을 멀리해야 한다. 그런데도 이 유혹을 이겨내는 사람들이 드문 게 문제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현상이 조직의 규모를 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직능단체 한 곳은 특정 대학과 특정 기업 출신들이 만든 난공불락의 카르텔이 퇴락의 시작이었다. 성과도 초라하고 최근에 드러난 행태는 천박하기까지 했다. 고위직에 있는 이들의 역할이 무너진 탓이다. 그들은 사명감보다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는 게 먼저였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그들의 행태는 잊힐 수도 있겠으나 부끄러운 기록은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양상이 권력층에서 고개를 내미는 것 같아 걱정이다. 몇 가지 점에서 가볍고 촐랑댄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값싼 성공에 취했다간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는데도 말이다.

이영재 기자 sd534@naver.com

<저작권자 © CAM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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