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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서는 무슨 향기가 날까?

기사승인 2026.08.31  22:5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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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환 (전)한국사회복지관협회장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를 만났다. 예전에 한창 유행했던 에니어그램을 함께 공부하면서 만났던 친구다. 그는 매사 원칙을 중시했다. 원칙에서 어긋난 일을 하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애쓰면서 살았다. 걷는 자세도 곧았고, 말하는 것도 딱 부러지고 틀림이 없었다. 같이 공부할 때도 시간을 칼같이 지키는 것은 물론 공부하는 내내 흐트러짐이 없었다. 그랬는데 이번에 만났을 때는 아주 여유가 있었다. 허튼 소리도 잘 받아넘기고 무엇보다 표정이 밝아보였다. 과묵했던 친구가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줄기차게 늘어놓았다. 흔히 ‘교과서 같다’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친구였는데, 옷을 화사하게 입어서 그런지 온화한 분위기마저 느껴졌다.

대놓고 묻지는 않았지만, 그가 달라진 이유가 궁금했다.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만나지 못했던 기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몸이 아팠던 일, 신상에 변화가 있었던 일, 아픔과 고통의 한복판을 지나면서 깨달은 지혜들, 손주들을 돌보면서 알게 된 신비감들이 삶의 방향을 바꾸게 했다고 했다. 특히 성경을 읽다가 ‘우리는 그리스도의 향기’라는 구절이 삶의 전반을 되짚어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그가 인생의 파고를 만날 때마다 ‘나에게서는 어떤 향기가 날까’를 많이 물었다고 했다. 이어서 ‘사망에 이르는 냄새’와 ‘생명에 이르는 냄새’라는 대목을 보면서 생명에 이르는 향기를 품은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는 것이다. 

그의 이야기는 감동적이었다. 뻣뻣했던 삶이 부드러워진 이유와 칼 같은 예리함으로 다른 사람을 대하던 사람이 한없이 너그러워진 이유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다행스런 것은 고단한 삶의 여정에서 엉뚱한 것들을 붙들고 위로를 삼으려 하지 않았던 점이다. 그는 윤택한 가정에서 자랐다. 어려움을 모르고 성장했다. 그래서 어려움을 만날 때마다 아슬아슬한 장면이 없었던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 성경의 말씀이 위로가 되었고 방향이 되어서 오늘을 마주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는 지금 복지시설에서 정기적으로 자원봉사활동을 하면서 또 다른 기쁨을 만난다고 했다. 생명의 향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에 피곤한 줄도 모른다고 했다. 

돌아와서 책상에 앉았는데, 그를 돌려세웠다는 ‘향기’라는 단어가 맴돌았다. 생명을 품은 향기가 되겠다고 다짐하던 그의 평온한 얼굴도 눈에 아른거렸다. 그렇다면 나는 도대체 무슨 향기를 풍기면서 지금까지 살았을까. 고약한 냄새만 이곳저곳에 흩뿌리면서 살지는 않았을까. 부끄러운 기억들만 떠오른다. 하지만 지난 일에 잡혀 있을 수만은 없다. 이제부터라도 좋은 향기, 희망의 향기를 나누며 사는 것이 중요하다. 향기는 말과 행동에 담겨서 번져나간다. 말과 행동에 담긴 다정함과 배려가 진짜 향기다. 내 말과 행동에서 그리스도의 향기까지는 아닐지라도 성실한 사람의 향기라도 배어나도록 삶의 매무새를 가다듬어야 하겠다. 친구가 고맙다.  

이영재 기자 sd534@naver.com

<저작권자 © CAM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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