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박 1년 만에 ‘사마천의 사기(史記)’공부를 마쳤다. 일정분량을 미리 읽은 후에, 매주 목요일 오후 4시에 모여서 2시간씩 다시 읽는 방식이었다. 동서양의 고전을 두루 섭렵하신 분의 인도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3명이 작심하고 시작한 공부여서 목요일이 기다려질 정도로 즐거운 공부였다. 돌아보면, 한 번도 거른 적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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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주환 (전)한국사회복지관협회장 |
처음에는 사기열전만 공부하려고 했다.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내용도 역동적일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열어보니 비슷한 이름이 많아서 누구 이야기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시대마저 이리저리 건너뛰는 장면들이 많다보니 도무지 감을 잡기조차 어려웠다. 미리 읽어야 할 과제분량이 많지 않아서 두어 번을 읽고 가는데도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속이 상할 정도였다.
다행히 같이 공부하는 분 중에서 사기에 대한 이해가 깊은 분이 있었다. 그 분이 좋은 보조교재를 추천해 주어서 큰 맥락을 잡을 수 있었다. 다른 한 분은 워낙에 딱 부러지게 핵심을 잘 짚어주어서 공부가 늘어지지 않았다. 두 분 때문에 까막눈이 조금씩 밝아지기 시작했다. 두 분 덕분에 많은 사건들과 이야기들을 어렴풋하게라도 주워 담을 수 있었다.
사기열전을 다 읽은 후에는 자연스럽게 본기와 세가로 이어졌다. 너무 두꺼운 책을 두 권 읽고 나니 다른 책들도 읽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본기와 세가도 즐거운 마음으로 읽어갈 수 있었다. 사기를 공부하면서 느낀 점이 많다. 무엇보다도 같은 생각을 실천하는 동지의 중요성을 여러 번 느꼈다. 그 많은 페이지의 책을 혼자 읽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두 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사실 혼자 책을 읽다보면 금세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엉덩이도 아파지는데, 특정한 장소에서 정해진 시간에 만나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면 2시간도 짧게 느껴진다. 더구나 책의 내용과 관련된 삶의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나누다보니, 책도 읽고 삶도 나누는 천금 같은 시간이었다. 그래서 다음 주부터 우리의 역사서를 더 읽어보기로 어렵지 않게 합의할 수 있었다.
사기를 읽고 난 후의 소감이 없을 수 없다. 하지만 소감의 보따리를 여기에 다 풀어놓을 수는 없다. 숱한 이야기와 사건들은 차츰 풀어가기로 하고, 사기를 읽는 과정이나 읽고 난 후에도 머리에 남는 한 가지가 있다. 그것은 ‘사람’이다. 신화적인 이야기나 주술적인 이야기를 걷어내면, 사기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은 확연하게 두 부류로 나뉜다. 자기 삶을 건강하게 엮어낸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다.
건강하게 살아낸 사람은 출중한 능력을 시대와 필요에 따라 적절하게 펼친 사람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허튼 일에 사용하다가 나락으로 떨어진 사람이다. 또 한 부류를 굳이 찾는다면, 처음엔 발군의 능력을 발휘하다가 나중에 교만해져서 불행해진 사람이다. 답은 3,000년 전에 이미 확립되어 있었다. 어찌 살 것인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
손정임 기자 sjo54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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