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한국 정치 지형에서 가장 뚜렷하게 달라진 풍경은 ‘보수 대 진보’라는 이념 대립의 그림자가 자취를 감췄다는 점이다. 수십 년간 한국 정치를 지배해 온 이념의 축이 사실상 무력화되었다는 현상은 흥미로우면서도 주목할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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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문교 / CAM방송.뉴스대표 |
과거엔 거의 모든 이슈가 보수냐 진보냐, 좌냐 우냐의 틀로 해석되고 소비됐다. 세금 정책도, 외교 안보도, 교육과 노동 문제도 이념의 안경을 쓰고 보지 않으면 해석이 불가능한 듯 여겨졌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정치권 안팎에서 더 이상 '보수의 논리'나 '진보의 언어'가 날선 대립을 이루지 않는다. 여야의 구도도, 지지층의 성격도 이념이 아닌 현실과 생존, 실용과 공정에 대한 고민으로 옮겨가는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운영 기조가 그 단초다. 그는 진보진영의 뿌리를 두고 있지만, 전통적인 진보 정책만을 고수하지 않는다. 노동과 복지를 강조하면서도 기업과 시장을 자극할 수 있는 성장 전략을 병행하고, 한미동맹을 중시하면서도 외교의 자율성과 실리를 확보하려 한다. 정치적 수사는 때때로 좌우의 경계를 넘나들며 국민 다수의 정서에 호소한다.
이런 흐름은 지지층 구성에서도 확인된다. 특정 진영에 고정된 충성도보다, 당장의 문제 해결 능력과 생활의 변화를 요구하는 ‘현실형 유권자’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 정치가 더 이상 신념의 진영싸움이 아닌, 실용의 경연장이 되어가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념은 여전히 의미 있는 기준이다. 그것은 사회가 가야 할 방향과 가치를 제시하는 나침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념이 국정을 가두고 사회를 나누는 도구로만 작동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시대착오적 구호에 불과하다. 지금의 정치가 그런 프레임에서 벗어나 실질과 성과로 승부하는 것은, 우리 민주주의의 성숙한 진전이라 할 만하다.
이재명 정부는 더 이상 ‘보수냐 진보냐’를 묻지 않는다. 이제는 ‘능력이 있느냐, 국민을 위하느냐’가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국민이 오래 기다려온 변화다.
김문교 대표기자 cambroadcast@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