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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의 미래는 멀리 있지 않다. 그것은 지금 이 순간, 각국의 지도자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고, 한국이 그 흐름 속에서 어떤 목소리를 내느냐에 달려 있다 |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위험한 작업이다. 그러나 권력의 향방을 가늠하는 일은 정치인과 학자, 언론인 모두가 피해갈 수 없는 숙명이다. 특히 지금 동북아는 정치적 불확실성과 전략적 재편이 동시에 진행되는 거대한 격랑의 한가운데 서 있다. 한국에서는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고, 미국에서는 트럼프가 재집권했다. 북한은 김정은의 장기 집권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고, 중국은 시진핑의 4기 체제가 현실화되며 ‘동아시아 질서의 전환기’를 맞고 있다.
이 네 지도자가 만들어낼 동북아의 미래는 결코 단순한 ‘합’이 아니다. 각자의 정치적 계산과 역사 인식, 권력 유지 전략이 얽혀 새로운 구도의 ‘복합 방정식’을 구성하게 될 것이다.
1. 새로운 네트워크, 새로운 판
이재명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실용적 대화와 단계적 신뢰 구축’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그는 남북관계의 완전한 정상화를 ‘한반도 평화체제’의 관문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특성은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제도 외교보다 ‘톱다운’식 거래를 선호하며, 정치적 쇼맨십을 즐긴다. 김정은에게 직접 전화를 걸고, 합의문보다 사진 한 장을 더 중시하는 인물이다.
이 두 사람이 만난다면, 김정은은 과거 하노이 회담의 실패를 교훈 삼아 보다 세련된 협상술을 구사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시진핑은 미·중 패권경쟁 속에서 한반도를 ‘전략적 완충지대’로 관리하려 하며, 북·중 경제회랑과 해양 통로를 포함한 새로운 지역 구상을 전개할 것이다.
2. 한반도: 완충지대에서 중심지대로
이재명 정부가 성공적으로 김정은과의 관계를 복원하고, 트럼프의 개인적 유연성을 활용한다면, 한반도는 단순한 완충지대를 넘어 동북아 경제·안보 대타협의 플랫폼이 될 수 있다. 남북 경협과 러시아 극동 개발, 북·중 접경지대의 특구화 등은 그 가능성을 높인다.
그러나 이런 기회는 ‘안정적 미·중 관계’라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시진핑은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성을 경계하면서도, 경제적 이익을 위해 한반도 프로젝트에 조건부 협력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중국은 북한의 경제 개방을 관리하고, 남한의 기술과 자본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반개방형 평화체제’를 선호할 것이다.
3. 위험 요소: 네 명의 지도자가 가진 ‘변수’
이 네 명 모두가 공통적으로 가진 성향이 있다. 바로 권력 유지 본능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재명: 국내 정치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대북·대외정책 성과가 필요하다.
∙트럼프: 재선 이후 정치적 유산을 남기기 위해 ‘역사적 합의’를 원할 수 있다.
∙김정은: 경제난 해소와 정권 안전 보장을 위해 외부의 지원이 절실하다.
∙시진핑: 대만 문제와 미·중 경쟁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이 변수들이 맞물릴 경우, 협력은 순식간에 경쟁으로 변할 수 있다. 특히 트럼프의 돌발적 관세 부과, 시진핑의 전략적 인내, 김정은의 군사도발, 이재명의 국내 정치 위기 등이 연쇄작용을 일으키면, ‘한반도 평화체제’는 단숨에 위기에 빠질 수 있다.
4. 한국의 전략: ‘교차 외교’와 ‘다층 협상’
이재명 정부가 선택해야 할 길은 ‘교차 외교’다.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되, 중국과의 전략적 대화를 병행하고,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이다. 동시에 일본·러시아와의 관계도 조율해야 한다.
다층 협상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려면 서울-평양-베이징-워싱턴 간 직통 채널을 복원하고, 민간·경제·문화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과거 6자회담의 경직된 틀을 넘어, ‘4+2 협력 구조’ 즉, 4대 지도자에 일본과 러시아를 포함시키는 새로운 틀을 제안할 필요도 있다.
5. 미래 시나리오
1.낙관적 시나리오 – ‘동북아 공동번영 구상’
남북 경협 재개, 북·미 관계 정상화, 북·중·러 경제회랑 활성화, 미·중 관계 안정화. 한국은 물류·에너지·디지털 허브로 도약.
2.현실적 시나리오 – ‘부분적 타협과 불안정한 평화’
북핵 문제는 완전 해결되지 않지만, 군사도발 억제와 제한적 교류가 가능. 경제협력은 일 부 분야에서만 진전.
3.비관적 시나리오 – ‘신냉전형 대결 구조’
미·중 갈등 심화, 북한 군사 도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재점화. 한국은 안보 리스크 속에 서 경제·외교 모두 타격.
결론
이재명, 트럼프, 김정은, 시진핑 이 네 명의 리더가 동시에 존재하는 시기는 역사적으로 매우 이례적이며, 위험과 기회가 동시에 존재한다. 한반도가 더 이상 강대국의 체스판 위 말이 아니라, 판을 움직이는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여부는 이재명 정부의 전략적 기민성과 국민적 합의에 달려 있다. 동북아의 미래는 멀리 있지 않다. 그것은 지금 이 순간, 각국의 지도자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고, 한국이 그 흐름 속에서 어떤 목소리를 내느냐에 달려 있다. 역사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준비된 나라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김문교 대표기자 cambroadcas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