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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단고기 논란을 넘어서

기사승인 2025.12.16  09: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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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놓치고 있는 고대사의 본질

김문교 (현)CAM방송.뉴스대표

대통령의 환단고기 언급을 두고 또다시 논쟁이 거세다. 환단고기의 진위 여부를 둘러싼 학술적 논쟁은 오래된 문제다. 그것이 위서라는 주장도 충분히 존재하며, 그에 대한 비판 자체는 학문의 영역에서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환단고기 논란 하나로 한국 고대사 연구 전체를 ‘유사 역사’로 몰아 부정하는 태도 역시 학문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문제는 환단고기 그 자체가 아니라, 한국 고대사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야가 지나치게 협소해져 있다는 데 있다.

일제강점기 내내 일본은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우리의 역사를 의도적으로 축소·왜곡했다. 고조선은 신화로 밀려났고, 삼국 이전의 역사는 공백으로 처리됐다. 해방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중국과 일본이 남긴 기록은 자국 중심의 시각에서 작성된 것이며, 우리 역사를 폄훼하거나 의도적으로 누락한 부분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것을 거의 유일하고 ‘정통’인 사료처럼 떠받들어 왔다.

이제는 이 오래된 태도 자체를 되돌아볼 때다.

중국은 동북공정을 통해 고조선·부여·고구려·발해에 이르는 우리의 고대사를 자국 역사로 편입하려는 작업을 수십 년간 체계적으로 진행해왔다. 학술, 외교, 교육을 총동원한 이 공세 앞에서 우리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오히려 내부에서는 고대사 연구 자체를 ‘위험한 영역’으로 취급하며 스스로 입을 닫아왔다. 냉정하게 말해, 지금의 우리는 이 문제에 있어 북한만도 못한 처지다.

북한이 단군조선 연구에 적극적인 이유는 단순히 고구려 옛 땅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들은 역사를 국가 정체성의 핵심으로 인식하고, 연구의 방향을 스스로 설정하려는 태도를 갖고 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최소한 역사를 대하는 관점만큼은 분명하다.

역사는 중립적인 기록이 아니다. 대체로 강자가 자신의 성공을 미화하고 실패를 지운 결과물이다. 패배한 쪽이 자기 역사를 스스로 복원하려는 노력을 포기하는 순간, 진실에 접근할 기회는 사라진다. 우리가 고대사 문제에서 반복적으로 패배주의에 빠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재야사학자들 가운데는 학문적 엄밀성이 부족한 주장도 존재한다. 비전문가인 일반인조차 설득하지 못하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동시에, 수십 년간 자료를 축적하고 다양한 사료와 고고학적 성과를 바탕으로 성실하게 연구를 이어온 연구자들 역시 분명히 존재한다. 이들을 모두 한꺼번에 ‘사이비’로 매도하는 태도는 과학도, 학문도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이른바 정통사학계가 인기 있고 안전한 주제에만 머물러 왔다는 점이다. 이미 정해진 결론 안에서 논문을 반복 생산하는 구조 속에서, 아직 충분히 탐구되지 않은 고대사의 공백을 누가 메울 수 있겠는가. 마이너한 영역에서 새로운 발견이 나오는 것은 학문의 역사에서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대통령의 발언을 곧바로 ‘환단고기 옹호’로 몰아가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다. 맥락을 보면, 고대사 연구를 특정 틀에 가두지 말고 더 넓게, 더 다양하게 접근해보자는 문제 제기에 가깝다. 이를 두고 말꼬리를 잡기보다, 왜 이런 발언이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 그 배경을 성찰하는 것이 더 생산적이다.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환단고기가 맞느냐 틀리느냐”가 아니라,
“우리는 왜 우리 고대사를 이렇게까지 좁은 틀 안에 가둬왔는가”라고.

고대사는 민족주의의 도구도, 음모론의 재료도 되어서는 안 된다. 동시에 식민사관의 잔재로 봉인된 금단의 영역으로 남아서도 안 된다. 열린 연구, 치열한 검증,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의 역사에 대한 주체적 시각이 필요하다. 그것이 지금 이 논란이 우리에게 던지는 진짜 과제다.

김문교 대표기자 cambroadcast@naver.com

<저작권자 © CAM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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