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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주환 (전)한국사회복지관협회장 |
지나간 일 때문에 마음 고생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마음의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고 덧나기 일쑤다. 그래서 몸과 마음이 함께 고단하다. 특히 살아가는 과정에서 만나는 손해와 배신은 우리를 화나게 만든다. 당연하게 나의 몫이 되어야 할 것을 엉뚱한 사람이 꿰차고 마치 애초부터 자기 몫인 것처럼 행세하는 걸 보는 마음은 쓰라리다. 그것이 평소에 가깝게 지내는 사람이라면 더욱 아프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었다. 군대에서의 황당한 경험이 그랬다. 내가 작업한 결과물을 자기가 한 것으로 둘러대는 인물을 보았다. 현직에 있을 때도 유사한 경험은 있었다. 여기에 열거할 수는 없지만, 끓어오르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던 기억이 있다.
손해는 물질적인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손해는 늘 정서적인 손상감이 따라붙는다. 자기 몫이 아닌데도 중간에서 가로채는 걸 두 눈 뜨고 바라보아야 하는 심정은 참담하다. 놀라운 것은 그 이후에도 대부분 가타부타 말이 없다는 점이다. 남에게 손해를 끼치고도 태연한 모습을 보면 소름 돋는 절망감이 솟구친다. 이런 때는 달려가서 한 대 쥐어박고 싶지만, 그러면 손해가 더 커지게 된다. 빨리 손을 털어버리는 게 상책이다. 마음에 품고 있으면 결국은 이어지는 좌절과 만나게 된다. 손해를 일일이 계산하다하면 나만 피폐해 진다. 손상감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특징이 있다. 손해는 덮어버리고 잊어야 한다. 그래야 다른 걸 볼 수 있다.
손해는 대부분 사람과 연관되어 있다. 손해가 제도나 규범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때도 사람이 늘 중간에 있다. 나도 현직에 있을 때, 사람 때문에 지독한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 공직에 있는 사람이었는데, 자신의 권한을 가지고 온갖 장난을 마다하지 않았다. 결국 다른 방법을 동원해서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도 쉽게 해결될 일인데도, 1년여 동안 나를 괴롭혔다. 그 때는 정말 그 사람을 어찌하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그 사람의 추레한 행태를 아예 지워버리기로 한 것이다. 마음에 담아둘 이유가 없었다. 지금도 간혹 생각나긴 하지만 불쌍한 사람 쪽에다가 옮겨놓은 지 오래되어 별 감흥은 없다.
손해를 잊고 사람을 놓아버리면서 정신적으로 여유를 되찾았다. 다른 일들과 사람들을 만나면서 중요한 과제들이 다가왔다. 손해에 얽매여 있었다면 오늘의 여유를 만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 고약한 사람을 마음에서 놓아버리지 못했다면 정년을 채우지도 못하고 무슨 변고의 주인공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겨내는 과정은 험난했다. 머리에 쥐가 날 정도로 힘든 시간을 지나야 했다. 그때 한 선배님의 조언이 나를 수렁에서 건져냈다. 선배님은 ‘손해는 잊고 사람은 놓으라’고 말씀하셨다. 덮고 잊고 놓아버렸더니 더 큰 일을 하게 되었다. 이 한 주간도 다양한 일을 만나게 될 후배들에게 같은 말을 전하고 싶다. 그래야 삶이 온전해진다.
이영재 기자 sd534@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