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이후,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는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는 중이다. 그러나 여전히 과거 권력의 그림자가 완전히 걷혔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 대표적 장면 중 하나가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신속히 회부한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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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 |
법조계 안팎에선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온다. 통상적으로 전원합의체 회부는 사건의 법리적 쟁점이 크거나 사회적 파장이 클 때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재명 사건은 이미 하급심을 거치며 충분히 다뤄졌고, 쟁점도 비교적 단순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장이 이 사건을 ‘우선처리’ 대상으로 삼은 건 정치적 고려가 개입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정권이 무너졌지만, 그 잔재는 아직 곳곳에 남아 있다. 특히 사법부는 그동안 윤석열 정부와 미묘한 긴장 속에서 균형을 잃은 모습을 보여왔다. 그런 상황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이 다시 이재명 사건을 꺼내들며 여론의 중심에 세운 것은, 단순한 법 절차의 문제가 아니라 사법의 정치적 중립성을 둘러싼 심각한 신뢰 위기를 뜻한다.
사법부는 권력으로부터 독립되어야 하며, 동시에 그 독립성은 국민 앞에서 투명하게 증명되어야 한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설명해야 한다. 왜 지금, 왜 이 사건인가. 그가 이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면, 국민은 다시 묻게 될 것이다. 사법부는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김문교 대표기자 cambroadcas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