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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스스로를 돌아볼 일이다

기사승인 2025.08.18  16:4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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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이야기다. 직원 때문에 힘들다는 지인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내용을 들어보니 답답할 만도 했다. 입사한 지가 2년이 지났는데도 앞뒤를 분간하지 못하는 직원이 있다는 것이다. 서류의 작성부터 프로그램의 진행과정까지 허점투성이라고 했다. 서류의 오탈자는 기본이고 기본양식에서 어긋나는 계획서까지, 수차례 권고도 하고 가르쳐주기도 했는데 잊을만하면 잘못된 문서를 들고 나타난다고 했다. 

최주환 (전)한국사회복지관협회장

프로그램의 진행과정을 보면 더 속이 상한다고 했다. 준비가 덜된 채로 진행을 하다 보니 참여주민들이 언짢아 할 정도라는 것이다. 음향이 말썽을 피우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는 프로그램을 대충 때우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그리고는 때를 가리지 않고 화를 낸다고도 했다. 설마 그러기야 하겠느냐고 반문했더니, 못 믿겠으면 한 번 와보라고 했다. 

은퇴한 이후로는 사회복지시설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갈 수 없다고 했다. 그러자 지인은 ‘내보낼 수도 없고, 내가 그만둘 수도 없는 일이어서 환장할 노릇’이라면서 훨씬 많은 이야기를 쏟아냈다. 사실 사람문제로 대화를 나누는 것은 조심스럽다. 더구나 현장에서 확인하지 않은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우선 어느 조직에나 있는 일이니, 관리자인 지인의 생각을 조정하라고 했다. 그 직원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미움’을 빼라고 했다. 일부러 일을 망치려고 노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더니, 지인도 그건 동의한다고 했다. 그러면 서류의 오탈자보다 ‘의지’를 크게 보라고 했다. 프로그램 진행과정에도 부분적으로 참여하면서 일을 살펴주라고 했다. 먼저 스스로를 진단해 보라고 한 것이다.

워낙에 지인이 신실한 사람이고, 서로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던 사이였기에 가능한 말들이었다. 이야기를 들은 지인이 한참이나 생각을 하더니, ‘그 친구가 문제라기보다 결국은 내가 문제였다는 말이냐’며 다소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나도 마음이 불안해졌다. 이후로 대화가 한참이나 겉 돌았다.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가 옮겨 다녔다. 엉뚱하게 정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러다가 다시 직원 이야기로 오가기를 반복했다. 

아무리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라고는 하지만, 너무 깊은 곳을 건드린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무튼 이야기는 그렇게 오가다가 마무리 되었다. 여러 달 후에 지인을 다시 만났다. 밝게 웃으면서 내 손을 붙잡은 지인의 이후 반응은 상상에 맡긴다. 다만, 그럴싸한 식사대접을 받았다는 말로 분위기를 대신하고자 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문제점을 귀신같이 파악하는 능력을 가진 귀재들이다. 문제의 원인과 진행과정 그리고 초래할 결과까지, 어쩌면 그렇게도 딱 부러지게 분석하는 안목을 가지고 있는지 놀라운 따름이다. 그런데 돌아보면 다른 사람의 문제점 중에서 상당부분이 ‘문제라고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을 모른다. 나도 그랬다. 마음에 담긴 ‘미움’이 부정적인 평가를 키우는 원인이 된다. 

이 미움은 어느 날 훅하고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쌓여간다. 미움이 쌓이면 모든 것이 문제로 보인다. 서류도, 행동도, 옷 입는 것까지도 다 문제로 보인다. ‘내 방식의 강요는 상대방을 무능력하게 만든다’는 어떤 심리학자의 말이 생각난다. 상대방의 입장에 서는 것이 사람을 유능하게 만든다. 다른 사람의 문제가 보이면, 먼저 자신을 돌아볼 일이다. 

손정임 기자 sjo5448@naver.com

<저작권자 © CAM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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