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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대화’의 효능

기사승인 2025.09.01  12:5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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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는 말(言)로 형성되고 유지된다. 말이 없으면 자신의 뜻을 알릴 수가 없다. 정제된 말이 중요한 이유다. 말이 방향을 잃으면 오해가 생기고, 관계가 끊어지기도 한다. 말이 제대로 기능하면 쌓였던 오해도 풀리고, 새로운 신뢰가 형성되기도 한다. 비언어적 소통을 강조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그때도 말이 오가는 것을 전제로 한다. 아무 말도 오가지 않는 상황에서는 어떤 소통기술이라도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최주환 (전)한국사회복지관협회장

눈짓이나 몸짓으로 상대방에게 의사를 전달할 수는 있다. 그러나 말이 오가지 않으면 엉뚱한 해석을 유발하거나 혼자만의 이상한 짓으로 끝날 수 있다. 말은 관계의 조건이기도 하지만, 자신을 드러내는 결정적인 수단이 되기도 한다. 준비된 말은 상황을 바꾸어낼 수도 있다. 우리가 며칠 전에 본 장면이다. 맞춤형 대화가 필요한 이유다. 

두말할 것도 없이 맞춤형 대화의 기본은 ‘상대방이 듣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다. 큰 사례를 들먹일 필요도 없이 우리의 일상에서도 자주 경험하는 일이다. 듣고 싶은 말을 하는 사람에게 면박을 줄 사람은 없다. 같은 논리로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뇌까리는 사람에게 호감을 가질 사람도 없다. 대화의 기본이 공감과 경청이라는 것도, 잘 듣고 공감만 하다가 끝내라는 게 아니다. 상대방이 하는 말을 잘 듣고 공감한 이후에는 그에 상응하는 반응을 보여야 한다는 뜻이 담겨있다. 그게 상대방이 듣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다. 

물론 맞춤형 대화가 상대방의 눈을 가리거나 판단력을 흐리게 해서는 안 된다. 맞춤형 대화에는 상대방이 꼭 들어야 할 말도 포함된다. 이때도 상대방의 형편을 헤아리는 지혜와 기술이 중요하다. 무작정 질러대면 말도 닫히고 마음도 닫힌다.

‘상황에 맞는 말’을 하는 것도 맞춤형 대화의 중요한 지점이다. 의외로 우리 주변에는 상황에 맞지 않는 말을 나불거리고 다니는 인사들이 많다. 도무지 상황과 맞지 않는 자기 말만 내던지고는 사라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인사말을 한답시고 장황한 자기 자랑을 늘어놓는 정치인들을 보면 한심하다. 특정한 목적을 위해서 모인 사람들을 앞에 두고, 그 모임과는 상관도 없는 자신의 치적을 읊어대는 이들을 여러 번 보았다. 

사회복지관협회 회장으로 재직하고 있을 때, 성격이 다른 단체의 직원연수에 초대받은 적이 있다. 그런데 그 단체의 대표가 개회인사를 35분간이나 하는 것을 보았다. 지루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도대체 상황에 맞지 않는 행태에 놀랐다. 이런 일이 방방곡곡에 널려있다는 게 문제다. 종교, 정치, 학교, 단체 등에서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맞춤형 대화는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지가 바탕에 깔려야 한다. 그래야 대화를 나누는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고, 여러 사람들과의 집단적 대화에서도 생동감이 실리게 된다. 개인 간의 대화건, 다중과의 대화건 간에 모든 대화는 사람과 상황에 적합해야 한다. 실컷 떠들었는데도 반응이 시큰둥하면 온전한 대화가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고집을 앞세웠거나 상대방의 형편을 헤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맞춤형 대화를 두고 진정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반론도 제기할 수 있다. 상대방이 누구이건 정직한 대화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진실의 적시도 사람이나 상황에 맞지 않으면 파국을 초래한다. 맞춤형 대화는 비겁한 대화술이 아니다. 존중과 배려가 담긴 대화기법이다. 맞춤형 대화는 상대방과 자신을 아울러 살리는 대화다. 

손정임 기자 sjo5448@naver.com

<저작권자 © CAM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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