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의 전봇대마다, 교차로마다 덕지덕지 붙은 저질 현수막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문법도 틀리고, 품격도 없으며, 혐오와 조롱이 난무하는 문구들이 거리를 점령하고 있다. 현수막은 시민의 일상 공간을 장식하는 공공 시각물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거리는 품격 있는 시민사회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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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M방송뉴스대표 김문교 |
정치적 선전용, 특정 인물 비방용, 상업적 선정성 광고까지 뒤섞여 도심 미관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표현의 자유를 빌미로 한 ‘막말 현수막’은 자유가 아니라 폭력이다. 아이들의 눈높이에도 걸린 이 저질 문구들은 교육적 관점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시민의 의식 수준을 반영하기보다 오히려 그 수준을 끌어내리고 있는 셈이다.
현수막은 단순한 천조각이 아니다. 그 사회의 문화 수준과 공동체의 품격을 보여주는 거울이다. 정치가 언어의 품위를 잃으면 사회의 도덕도 무너진다. “거리의 언어가 사회의 품격을 결정한다”는 말처럼, 공공 공간에 걸린 한 줄 문구가 시민의 자존감을 세우기도 하고 무너뜨리기도 한다.
지자체와 선관위는 저질 문구, 비방성 현수막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 더 근본적으로는, 정치인과 단체 스스로 공공언어의 품격을 지키겠다는 약속이 필요하다. 시민 또한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원칙을 요구해야 한다. 거리의 언어가 달라질 때, 비로소 국격도 높아질 것이다.
김문교 대표기자 cambroadcas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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