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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탓, 스스로 만드는 재앙

기사승인 2025.11.17  12:3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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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맹자(孟子) 공부에 열심이다. 뜻이 맞는 지인들과 함께 하는데,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고리타분한 말들도 적지 않지만 마음을 가다듬게 만드는 말도 많다. 맹자 이루(離婁) 상편 4장에 보면 맹자의 자기성찰에 관한 권면이 나온다. 

최주환 (전)한국사회복지관협회장

맹자는 ‘남을 사랑해도 상대가 친하게 여기지 않으면 자신의 사랑을 되돌아보고, 남을 다스려도 다스려지지 않으면 자신의 지혜를 되돌아보고, 남에게 예의를 갖추어 대했는데도 답례가 없으면 자신의 공경함을 되돌아보아야 한다. 행동하고도 얻지 못하면 모든 원인을 자신에게서 돌이켜 찾아야 한다’고 했다. 요약하면 남 탓을 하지 말고 모든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겸양을 강조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곰곰이 따져 읽다보면 저절로 납득되는 바가 있고, 고개가 숙여지는 가르침이 아닐 수 없다. 

비슷한 말이 8장에도 나온다. ‘어질지 못한 사람과 대화할 수 있겠는가? 그는 위태로움을 편안하게 여기고 재앙을 이롭게 여겨서 망하게 되는 짓을 좋아한다. ...中略... 사람은 반드시 스스로 업신여길 짓을 한 뒤에 남이 그를 업신여긴다. 집안은 반드시 스스로 망할 짓을 한 뒤에 남이 그 집안을 망하게 한다. 나라는 반드시 스스로 공격받을 짓을 한 뒤에 다른 나라가 공격한다. 하늘이 내리는 재앙은 그래도 피할 수 있지만 스스로 만든 재앙은 피할 수 없다’는 말이다. 앞에서 인용한 말보다 강한 메시지가 담겼다.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라는 가르침을 넘어 ‘재앙은 스스로가 불러들이는 것이다’는 말이다. 그것은 개인이나 가정이나 심지어 나라에 이르기까지 같은 원리가 적용됨을 강조하고 있다. 결정적인 말은 ‘스스로 만든 재앙은 피할 수 없다’는 대목이다.

남 탓이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 그것도 워낙에 난폭한 수준이어서 국민들의 정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지나 않을지 염려될 정도다. 국회 상임위원회의 난장판이 대표적이다. 엇갈린 주장을 펼치다가 고함을 질러대기도 하고, 기본적인 대화의 품격에도 어긋나는 언동을 마구잡이로 이어나가는 꼬라지를 보면 울화통이 터질 것 같다. 앉아있는 자리에 따라서 입장이 다를 수는 있다. 민감한 정치적 현안을 가지고 어깃장을 놓으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키우려는 속셈도 있을 수 있다. 

그래도 이건 너무하다 싶은 장면들이 여과 없이 국민에게 전달되고 있다. 특이한 이력을 가진 정당의 한 의원은 하도 소리를 질러대다 보니 목에서 쇳소리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그는 기차화통을 삶아 먹었는지, 회의장이 터져나갈 정도로 남 탓을 한다. 하지만 그가 거둔 실익은 없다.

그도 언간이 공부를 해서 국회의원까지 됐을 것이다. 맹자의 가르침도 아예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맹자의 가르침을 상기해야 한다. 그가 처한 현실은 명백하게 자초한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남 탓으로 시작해서 남 탓으로 결론을 맺기에 앞서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사실 그가 지적하는 일들의 대부분은 그들이 집권했을 때 벌어진 일들이다. 

그런데도 말끝마다 남 탓을 읊어대고 있다. 누워서 침 뱉는 일인데도 말이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걸어가다 넘어져도 노무현 탓’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쓸데없는 남 탓의 허망함을 빗댄 말이다. 공허한 남 탓으로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자신을 먼저 살피면 해법과 대안이 보일 수 있다. 맹자의 가르침은 모든 영역에서 아직도 유효하다. 남 탓은 결국 스스로 재앙을 쌓아가는 일이다.  

손정임 기자 sjo5448@naver.com

<저작권자 © CAM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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