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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후(先後)와 완급(緩急)

기사승인 2026.02.09  12: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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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환 (전)한국사회복지관협회장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 ‘제때 일을 하는 것’이다. 때를 놓치는 사람이 많아서 나온 말이다. 일의 타이밍을 놓치면, 일의 경중(輕重)을 가릴 것 없이 잘못될 확률이 높다. 특히 정치적으로 권세를 누리는 사람들이 범하는 실수이기도 하다. 그들은 아무 때나 자기가 원하는 시점에 결심하면 만사가 형통할 것처럼 생각하지만, 실은 만사가 그릇된 길로 가버리는 경우가 더 많다. 우리가 얼마 전에 보았던 헌법유린 사태도 제때 해야 할 일을 놓치다보니 그런 억지가 튀어 나온 것이다.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일지라도 만나서 듣고, 진지하게 협의하면서, 자신의 의견보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앞세울 줄 알았더라면 초췌한 모습으로 법정에 선 구차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일의 선후와 완급을 놓쳤기 때문에 벌어진 사단이다. 

선후와 완급을 아는 사람을 만나면 마음이 편하다. 그렇지 못한 사람을 만나면 불안하다. 무엇이 앞서야 하는지를 알고 있는 사람과는 대화가 즐겁게 이어진다. 상대방을 편하게 해주는 사람의 특징은 자신의 말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앞세울 줄 안다. 자신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는 사람과의 대화는 마음이 편할 수밖에 없다. 상대방을 불편하게 하는 사람은 이야기를 중간에 끊는다. 자신의 말을 앞세우려는 잘못된 버릇이 원인이다. 이런 사람과의 대화는 갈등과 다툼으로 번지기 일쑤다. 말로 시작된 다툼은 끝이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선후와 완급을 아는 사람은 분쟁의 당사자가 되는 경우가 아예 드물다. 자신의 의견을 뒤에 세우면 다툴 일이 없다. 요란한 대화의 기술을 알고 있어서가 아니다. 무엇이 중요한지를 알기 때문이다. 

선후와 완급이 틀어진 사람은 매사 서두르다가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사람은 ‘먼 곳을 가기 위해서는 우선 한걸음부터 내딛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치를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타박한다. 또 ‘높은 곳을 오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낮은 곳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동서고금의 진리를 고리타분하다고 폄하한다. 선후와 완급을 아는 사람은 한걸음의 중요성을 가슴에 품고 있다. 반드시 낮은 곳에서 출발해야 높은 곳에 제대로 오를 수 있다는 사실도 삶의 원리로 새기고 있다. 그 어떤 감언이설도 이 원칙을 뒤엎지는 못한다. 그런데도 쉬운 길을 찾는답시고 엉뚱한 방법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진 요즘이다. 대부분 목적지에 이르지 못하고 만다. 빠르게 간다고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는 것이 아니다. 먼저 방향과 방법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선후와 완급을 아는 사람은 황망한 상황이 벌어져도 앞뒤를 분간할 줄 안다. 옛말에 ‘목맨 사람을 구해준다면서 발목을 잡아당긴다’는 말이 있다. 다급한 상황에서 앞뒤를 분간하지 못하는 사람이 범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빗댄 말이다. 준비가 안 된 사람이 범하는 오류를 나무라는 말이기도 하다. 앞뒤를 가릴 줄 아는 사람은 기본이 탄탄하게 다져진 사람이다. 기본이 부실하면, 해야 할 일보다 하지 말아야 할 일에 정력을 소진한다. 이런 사람은 허풍으로 자신을 포장한다. 그러나 허풍은 오래가지 못한다. 허풍은 거짓이기도 하지만, 기본이 부실한 사람의 허튼 수작이기도 하다. 기본이 튼실한 사람은 상황을 통제한다, 기본이 부실한 사람은 상황에 끌려 다니기 바쁘다. 올해도 많은 일이 기다리고 있다. 선후와 완급을 분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홍석민 기자 hongmonkey@naver.com

<저작권자 © CAM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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