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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현장이 한다

기사승인 2026.04.13  10: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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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환 (전)한국사회복지관협회장

사회복지현장을 떠난 지 벌써 여러 해가 되었다. 은퇴한 이후에는 현장 근처에 얼씬거리지도 않으니 사회복지계의 현안이 무엇인지도 잘 모른다. 그런데도 현장에 대한 기여를 해야 되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듣는다. 사회복지관의 관장 노릇을 여러 해 했고, 사회복지관련 단체의 회장도 몇 차례 지낸 이력이 있어서 그렇게들 말하는 것으로 들린다. 그러나 글머리에서도 밝혔듯이 현장을 떠난 지가 이미 오래 되었고, 가지고 있는 노하우라는 것도 기억이 가물거릴 정도여서 딱히 기여할만한 일이 없다. 제일 큰 이유는, 많이 배우고 똑똑한 후배들이 잘하고 있는데 나까지 나서서 콩이야 팥이야 할 일이 없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내가 경험한 사회복지현장은 전문적인 역량과 책임의식으로 단단히 무장한 사회복지사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간혹 한심하기 짝이 없는 현장이나 사회복지사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그 수는 미미한 정도였다. 주어진 환경을 토대로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일하는 사회복지사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런 사회복지현장의 수고를 보지 못하고 작은 티끌을 부풀려서 마치 큰 문제라도 있는 것처럼 ‘주변에서 호들갑을 떠는 경우’가 가끔 있다. 내가 현직에 있을 때도 그런 일로 속상했던 적이 있다. 나중에는 기우이거나 저절로 사그라진 것들이 많았다. 윤리적인 문제를 빼고 나면, 설레발에 그친 경우가 태반이었다.

사회복지현장은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지침에 따라 운영될 수밖에 없다.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는 기관이고 사업의 내용도 법률이나 규칙에 정해져 있기 때문에 수동적인 측면도 강하다. 하지만 정부의 지침이라는 것이 세목(細目)까지 규율하는 것은 아니다. 원칙이나 과정 또는 방향을 열거한 정도다. 정부의 새로운 복지정책이 시행될 때도 관련된 직능단체와 협의해서 지침을 만들고 구체적인 서비스의 방법이나 내용은 현장에서 풀어가도록 하는 것이 상례다. 그런데 별로 새로운 것도 아닌 정책이 도입될 때마다 현장을 쥐고 흔들기에 바쁜 무리들이 있다. 정책의 도입 초창기에 흘러나오는 불협화음을 집단적 무능으로 매도하는 무리들이다. 

모든 일은 일정한 과정을 거치게 되어 있다. 도입기와 조정기 그리고 안착기가 있는 것이다. 첫발을 뗄 때부터 안정적인 일은 없다. 변수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그것들을 조정한 뒤에야 안정적인 단계에 들어서는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새 정책도 이해가 엇갈리는 직능들이 있고 시기나 방법 등에서도 이견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현상을 이전투구로 매도하거나 사회복지현장은 준비역량이 모자란다고 폄하할 일이 아니다. 할 말이 있으면, 사회복지현장을 사랑하고 신뢰하는 언어를 먼저 사용하는 것이 바른 순서다. 그런 다음에 보완할 일을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양보할 지점과 만나야 할 지점을 제안해야 한다. 일은 늘 현장이 한다.

조명호 기자 cambroadcast@naver.com

<저작권자 © CAM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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