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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의존성’부터 버리자

기사승인 2026.06.15  09:2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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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환 (전)한국사회복지관협회장

민선 9기 지방자치단체장의 취임일이 코앞이어서, 지자체장이 새로 선출된 지역에서는 업무를 인수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전임자의 임기 동안에 펼쳐진 사업들에 대한 보고가 이루어지고, 그 과정에서 격려와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보고하는 담당자들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역력하고, 보고를 듣는 당선자나 인수위원들의 표정도 썩 부드러운 편은 아니다. 어떤 지방에서는 오래 전에 보고된 내용을 다시 반복하다가 보고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고 한다. 다른 지방에서는 성의 없는 준비와 태도 때문에 고성이 오가는 상황까지 치달았다는 소리도 들린다. 새로운 시작에 대한 심리적 저항과 관성적 태도가 초래한 풍경으로 보인다.

이임과 취임은 다른 용어로 보이지만, 사실은 하나의 시간 위에 있는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적당히 뭉개고 가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마침은 존중과 동시에 엄중한 평가의 대상이 되고, 시작은 설계와 다짐이 수반되는 일이다. 따라서 마침과 시작이 교차되는 시기에 당선자에게 보고하는 담당자들이 갖춰야 자세는 성찰과 설계다. 무엇보다 새로 취임하는 당선자의 정치철학과 정책의지를 숙지해야 한다. 그런데 전국적으로 그렇지 못한 모양이다. 의회나 전임자에게 보고해 왔던 수준을 조금도 넘어서지 못하고, 예전의 문서를 관성적으로 읽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새롭게 시작하려는 당선자 쪽에서 간혹 큰소리를 내는 이유다.

관성이란 외부의 힘이 작용하지 않는 한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려 한다는 물리적 원리다. 정지되어 있는 것은 그대로 있으려 하고, 움직이던 것은 그 움직임을 유지하려 한다는 것이다. 책상 위의 공이 제자리에 있는 현상이나, 버스가 급정거를 하면 몸이 앞으로 쏠리는 현상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래서 관성은 안정성을 유지하는 원리이지만, 때로는 불안정성을 초래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관성이 조직이나 기구에 미치는 영향도 같다. 긍정적으로 기능하면 예측가능성을 담게 된다. 그러나 부정적으로 작용하면 ‘타성’으로 변질된다. 새로운 사고가 절실한 시점이 되었는데도 타성이 유도한 경로의존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타성에 젖은 조직은 새로움을 분별하는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과거로 기울거나 느림보 걸음을 계속한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상황인데도 새로운 세계를 보지 못하거나 외면한다. 할 일을 찾아내는 데는 더 큰 어려움을 겪는다. 행정서비스 조직이 이러면 심각하다. 세상은 모든 것을 손안에서 볼 수 있는 시대로 변했다. 이제는 행정이나 정책도 스마트하게 달라져야 한다. 동시에 국민을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협업의 주체로 섬겨야 한다. 민선 9기의 모든 지방정부가 추진할 공통의 과제다. 시대가 이렇게 변했는데도, 관행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면 결국은 끌려 다니게 된다. 우선 관행으로 포장된 타성부터 훌렁 벗어던질 일이다.

이영재 기자 sd534@naver.com

<저작권자 © CAM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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