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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순간, 나의 비극이 시작된다

기사승인 2025.10.17  08: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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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순간, 나의 비극이 시작된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누군가의 눈에 들어가는 법을 배운다. 부모의 칭찬과 꾸지람, 교사의 표정, 친구의 반응은 곧바로 우리의 행동 지침이 된다. 그러나 그 눈길이 내 삶의 주인이 되고,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는 뒷전이 될 때, 비극은 소리 없이 시작된다.

남의 시선에 매달리는 일은 일견 합리적이다. 사회적 동물로서 타인의 평가를 받으며 살아가는 것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타인의 시선’을 삶의 기준으로 삼아버리면, 우리는 스스로를 하나의 연기자로 전락시킨다. 타인의 기대에 맞춘 연기는 일시적 안도감을 줄 수 있으나, 곧 정체성의 균열을 남긴다.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 말하고 싶은 것, 용서하고 싶은 것 — 그런 것들이 희미해지고, 결국 자기 자신을 잃게 된다.

그 비극은 개인적 차원에서 끝나지 않는다. 보수와 진보, 권력과 반권력, 지역과 계층의 갈등 속에서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정치인은 쉽게 표만 쫓는 표적이 된다. 언론은 클릭 수를 좇고, 정치인은 여론의 반응을 두려워하며, 시민은 타인의 시선에 맞추어 의견을 바꾼다. 결국 공적 담론은 피상화되고, 중요한 문제들은 표피적 논쟁으로 소모된다. 국가적 과제와 공동체의 미래는 그런 ‘연기’ 속에서 제 목소리를 잃는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습관은 두려움에서 비롯된다. 배제될까 두렵고, 적대시될까 겁난다. 하지만 그 두려움이 우리를 지배하도록 내버려 둔다면, 삶의 진정성은 사라진다. 진정성은 용기에서 온다. 자기 의견을 말할 때, 자기 방식으로 행동할 때, 실패와 비난을 감수할 때 비로소 얻어진다. 용기는 때로 외로움과 맞바꾸어야 한다. 그러나 외로움은 진정한 변화의 전조다. 세상은 늘 소수의 불편한 진실로부터 조금씩 바뀌어 왔다.

오늘날의 미디어 생태계는 ‘남의 시선’을 증폭시킨다. 순간의 발언이 영원히 기록되고, 수백만의 반응이 순식간에 쏟아진다. 이때 사람들은 자기 검열을 배우고, 안전한 말만 골라 한다. 하지만 안전한 말만 늘어놓는 사회는 결국 위기 앞에서 입을 다물게 된다. 정의가 요구하는 순간, 불편한 질문을 던질 사람은 줄어들고, 권력은 통제하기 쉬워진다. 우리는 작은 승리를 위해 진실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해법은 단순하다. ‘남의 시선’에 압도당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는 훈련을 해야 한다. 내가 지금 하는 말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 나의 말은 사실에 근거하는가? 나의 행동은 나의 가치와 일치하는가? 이 세 가지 질문을 반복하는 습관은 외부의 평가에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나침반을 만든다.

또한 공동체의 역할도 중요하다. 비난과 배제가 관용과 토론으로 바뀔 때, 사람들은 더 쉽게 자기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 서로 다른 목소리가 안전하게 섞이는 장(場)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남의 시선의 폭력을 약화시키는 길이다. 언론과 정치, 교육 현장은 이런 장을 만드는 데 더 큰 책임이 있다. 비판은 필요하지만, 그 비판이 사람이 아니라 생각을 겨냥해야 한다는 기본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작은 실천이 필요하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연기’의 기회를 마주한다. 타인의 기대에 맞춰 웃음을 만들고,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고, 편한 선택만을 반복한다. 그때마다 한 번 더 멈춰보자. 내 심장이 진짜 반응하는가. 내 양심은 무엇을 말하는가. 그것이 귀찮고 힘들더라도, 그 선택들이 모여 삶의 진정성이 된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 시선이 내 삶의 주인이 되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위해 살 것인지를 질문하는 용기야말로 비극을 막는 첫걸음이다. 남의 눈을 의식하느라 스스로를 희생하는 삶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다. 진짜 비극은 타인의 기대에 맞추느라 자기 삶을 포기하는 순간 시작된다. 우리는 그 비극을 거부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각자가 자신의 목소리로, 자신의 발걸음으로 세상과 맞서야 한다.

김문교 대표기자 cambroadcast@naver.com

<저작권자 © CAM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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