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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보고 있는가..?

기사승인 2025.12.29  09:5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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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환 (전)한국사회복지관협회장

산(山) 정상에 올라서 보면 시야가 탁 트여서 좋다. 온갖 것이 다 보이는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에 올랐다고 해서 산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알 수 있는 건 아니다. 산을 오르내리면서 보는 것이 서로 다를 수 있고, 올라가면서 허투루 보았던 것이 내려오면서 새롭게 보일 수도 있다. 오늘은 우리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한다.  

첫째로, 자기 눈에 보이는 것만을 최고로 여기는 경우다. 안 보이는 건 사실이 아니라고 강변한다. 자기의 경험을 최선이라고 고집하는 것도 같은 모양새다. 이런 사람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아예 무시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러나 세상은 눈에 보이는 것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일과 양상이 훨씬 많이 작동하고 있다. 그래서 자신의 눈에 보이는 것만을 사실이라고 우기면 넓은 세상의 역동을 보지 못한다. 사실 우리 눈 너머에서 움직이고 있는 크고 놀라운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걸 보지 못하면, ‘서울에 가보지 않은 사람이 서울에 갔다 온 사람을 이긴다’는 속담과 다를 게 없는 꼴이 된다. 눈에 보이는 것만을 사실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발등에 떨어진 불’만 본다. 희망을 보지 못한다. 이런 사람이 의외로 많다. 

둘째는, 눈앞에 있는 것조차 보지 못하는 경우다. 눈앞에 있는 것을 보지 못하는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게 따로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의 눈에는 온갖 것이 눈앞에 펼쳐 있어도 정작 보아야 할 것을 찾아내지 못한다. 마음이 산란해서다. 마음이 산란한 사람의 눈에는 엉뚱한 것이 먼저 보일 수밖에 없다. 원인이야 여러 가지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흐트러진 마음’이 그렇게 만든다. 이런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부주의 맹시’라고도 하는데, 우리 삶에서도 빈번하게 경험하는 일이다. 핸드폰을 들고 있으면서도 핸드폰을 찾거나 안경을 쓴 채로 안경을 찾는 일이 여기에 해당한다. 눈앞에 놓여있는 책을 두고 온 서재를 다 헤집고 다니기도 한다. 마음이 길을 잃으면 눈앞에 있는 함정도 보지 못한다. 오늘의 정치상황에서 자주 목격되는 장면이기도 하다. 

셋째로, 보이는 것 너머에 있는 것까지 보는 경우다. 중국여행을 하다보면 기막힌 풍경의 산허리에 놓인 잔도(棧道)를 만난다. 험준한 산허리에 놓인 잔도를 걸으면서 편리함만 생각하는 사람이 태반이지만, 잔도를 만드는 과정에서 벌어졌을 수고를 먼저 보아내는 사람도 있다. 관광지에서 그저 보이는 것만 보고 즐기면 그만이지, 뭐 그런 것까지 생각하냐고 반문할 사람도 있다. 하지만 현상과 양상의 뒤에 있는 것까지도 볼 줄 알아야 이 세상을 넓게 살 수 있다. 이런 사람은 진정으로 큰 것과 작은 것을 분별할 줄 알고, 나아감과 멈춤의 시점을 조절할 줄 아는 사람이다. 의미를 조금 확대하면, 우리 삶의 여정에서 만나는 여러 현상들의 배후와 결말까지 볼 줄 아는 사람인 것이다. 눈앞의 것들에 매몰되면 그 안이나 너머에 있는 메시지를 보지 못하고 만다.

성경(시편 121편)에, 산을 보다가 신(神)의 도움을 발견하는 대목이 나온다. 산과 신은 연결고리가 없는데도, 산에서 신의 도움을 읽어낸 것이다. 눈앞의 것에 매이면 메시지를 보지 못한다. 보이는 양상 너머에서 나와 함께 하는 힘과 의미를 만나는 연말연시가 되길 바란다.

전혜빈 기자 hyeen0606@naver.com

<저작권자 © CAM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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