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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정권, 스스로 무너진 보수의 민낯 |
한때 보수 진영의 상징적 인물이었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고백은 충격이 아니라 참담함에 가깝다. 그는 윤석열 정권을 두고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정권”이라고 단언했다. 이 말은 정권 실패에 대한 정치적 평가를 넘어, 한국 보수 정치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무너졌는지에 대한 내부자의 증언이자 자백에 가깝다.
홍 전 시장의 문제 제기는 단순한 회고가 아니다. 2021년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벌어진 규정 변경, 대규모 신규 당원 유입, 그리고 특정 종교 집단의 조직적 개입 의혹은 사실이라면 민주주의 정당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대 사안이다. 3개월 당비 납부라는 최소한의 책임 조건을 하루아침에 허물고, 단 1개월 1천 원으로 투표권을 부여한 결정은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가. 경선의 공정성을 희생하면서까지 만들어진 결과가 과연 ‘민의’였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국민의힘이 그 과정에서 보여준 태도는 무책임을 넘어 방조에 가깝다. 당 지도부는 이상 징후를 알고도 외면했고, 문제 제기를 ‘경선 불복’으로 몰아붙이며 입을 막았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당원 경선에서는 이겼지만, 국민 앞에서는 설득에 실패한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고, 국정은 곧바로 파행으로 치달았다. 홍 전 시장의 표현대로, “본선에서는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세력”이 경선의 문을 비집고 들어와 정권을 좌우했다면, 그 책임은 온전히 당에 있다.
더 심각한 대목은 정교 분리라는 헌법 원칙이 사실상 무너졌다는 의혹이다. 특정 종교 집단, 특히 신천지와 같은 유사 종교 세력이 정당 경선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면, 이는 단순한 선거 전략의 문제가 아니다. 홍 전 시장이 “반민주주의이자 정교일치의 반헌법적 경선”이라고 규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 의혹을 스스로 규명하려 하지 않았다.
윤석열 정권을 떠받쳤던 보수 논객과 유튜버들의 행태 역시 부끄럽다. 그들은 대통령을 박정희의 후예, 강단 있는 영웅으로 포장하며 비판을 차단했고, 그 허상에 보수 진영 스스로가 취했다. 결과는 어떠한가. 국정은 혼란에 빠졌고, 내란 논란과 사법적 단죄라는 초유의 사태 앞에 국가의 품격은 추락했다. 이것이 ‘보수의 재건’이었는가, 아니면 자기기만의 극치였는가.
한덕수 전 총리에 대한 홍 전 시장의 언급은 이 몰락의 종착지를 보여준다. 권한대행이라는 자리에서 중립을 지키지 못하고 정치적 거래에 뛰어든 관료의 말로는 징역 23년이라는 중형이었다. 이는 개인의 비극이기 이전에, 잘못된 권력에 줄을 선 이들의 공통된 결말이다.
“말년이 아름다워야 행복한 인생”이라는 홍준표의 말은 개인을 향한 탄식이면서 동시에 한국 보수를 향한 경고다. 국민의힘은 이제라도 물어야 한다. 왜 이런 정권이 탄생했는지, 왜 내부의 경고를 묵살했는지, 왜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스스로 허물었는지 말이다. 그 질문에 답하지 않는 한, 보수의 미래는 없다.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정권은 우연이 아니라, 책임을 회피해온 정치의 필연적 결과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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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교 대표기자 cambroadcast@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