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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주환 (전)한국사회복지관협회장 |
내 삶의 상당 부분을 지탱해 주던 사람이 외국으로 떠났다. 사실 그의 떠남은 예견된 것이긴 했다. 그는 자신의 참된 모습을 찾기 위해 우리나라를 떠나고 싶다는 말을 여러 번 했었다. 그래도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이별의 예식도 없이 훌쩍 떠났다. 그와는 삶의 중요한 부분을 공유했었다. 그와 함께 했던 일들은 다른 물건이나 사람으로 대체가 불가능한 내용들이어서 빈 공간이 너무 크게 남았다. 그와는 30여년을 함께 했다. 그는 내가 어려울 때, 자주 손을 잡아주었다. 사회복지관의 관장을 맡아 낑낑대고 있을 때도 소리 없이 다가와 듬직한 어깨를 내어주기도 했다. 그 덕분에 잘 이겨낼 수 있었다.
그가 떠난 외국이라는 곳이 그리 먼 곳은 아니다. 비행기로 5시간 정도만 날아가면 될 곳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마음이 아프고 무겁고 슬픈 것은 쉽사리 가기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온갖 것을 건네주고도 아무 말이 없었던 그가 떠나기 며칠 전 자신을 찾아와도 만날 수 없다고 했다. 그 나라의 깊숙한 곳에 들어가 한국과의 인연을 접고 살 거라고 했다. 어쩔 수 없이 한국을 찾게 될 일이 있어도 조용하게 왔다가 갈 것이라고 했다. 한국이 싫어서가 아니라 이제 자신의 삶에 집중하고 싶어서 떠나는 것이니 너무 안타까워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겠다고 했지만, 내 삶의 반쪽이 허물어지는 것 같았다.
그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은 ‘사랑’이었다. 사람을 사랑하는 일의 행복함을 실제로 보여주었다. 자신의 삶도 넉넉한 편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챙기고, 실적이 떨어진 사람에게 자신의 실적을 옮겨주기도 했다. 그것만이 아니다. 잘 나가던 사업장을 조건 없이 후배에게 물려준 적도 있다. 그리고는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서 어엿한 사업장을 일구기도 했다. 그는 사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랑하는 마음만 있으면 그 다음은 저절로 이루어진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그가 하는 일마다 비교적 성공적인 결과가 만들어졌다. 그의 진정성과 성실이 이룬 결실로 보였지만, 그는 사랑의 선물이라고 했다.
그는 나의 일을 부러워했다. 언젠가는 나처럼 다른 사람을 돕는 일에 헌신하고 싶다고 했다. 그가 떠난 이유를 짐작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그와 나는 동남아시아에서 선교사역을 하는 분의 안내로 몇 나라를 여행한 적이 있다. 그야말로 오지의 산족에게 교육과 구호활동을 하는 분이었는데, 유사한 곳을 안내해 주었다. 안쓰러운 현장을 주의 깊게 둘러보던 그는 한국에 오자마자 늦은 나이인데도 사회복지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공부를 마친 이후에는 몇 곳에서 따로 훈련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는 이곳에서의 모든 것을 정리하고 바람같이 떠나버렸다. 이제 나에게는 그의 소망을 가슴에 품고 기도할 일이 남겨졌다.
조명호 기자 cambroadcast@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