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법률가들에 대한 특혜가 너무 많다. 한 언론사의 조사에 의하면,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법률가 출신의 국회의원이 61명이라고 한다. 이는 국회의원 300명 중에서 20.3%를 차지하는 비중이다. 또 현재 우리나라의 법률가 총수를 헤아려보면 5만7천명이라고 한다. 전체국민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 미미한 숫자다. 그런데 이 미미한 숫자의 법률가들이 입법기관인 국회의 20.3%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기형적인 특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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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환 (전)한국사회복지관협회장 |
국회가 입법기관이기 때문에 법률 지식이 풍부한 사람들의 역할이 필요할 수는 있다. 하지만 국회에는 국회의원들의 입법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전문가들이 배치되어 있다. 굳이 판검사 출신의 알량한 지식이 아니더라도 입법의 흠결을 걸러낼 수 있는 안전장치가 충실하게 작동하고 있다.
법률가들의 과도한 국회진출은 ‘대의제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법률가 출신 국회의원들이 국민을 특출나게 대변한 기억이 별로 없다. 그들은 ‘등 따시고 배부른 사람들’이다. 그들이 국민의 삶을 헤아려주길 바라는 건 나무에서 물고기가 떨어지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국회에 진출한 판검사들이 예전 지위를 정계진출의 발판으로 여겼을 가능성과 그 과정에서 법을 자의적으로 왜곡했을 가능성은 굳이 논할 필요도 없다.
양심에 기초해서 법을 집행한 사람들도 있겠으나,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 법복을 벗고 출마했던 인물들은 특정 정치세력의 하수인임을 스스로 드러낸 적도 있다. 굳이 이름을 거명하진 않겠지만 하나는 특검의 피의자로, 다른 하나는 어떤 정당을 말아먹는 일로 분주하다. 이런 하류들이 널린 게 우리 현실이다.
사마천이 쓴 사기(史記)에는 법을 바르게 집행한 법관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들의 이야기를 모아놓은 게 ‘순리열전’인데, 그 중에서도 이리(李離)라는 재판관의 이야기는 우리를 숙연하게 한다. 그는 하급관리의 실수로 판결을 잘못해서 애먼 사람을 죽게 했다. 나중에 이 사실은 알게 된 이리는 스스로 감옥에 들어가서 죽기를 자청했다.
왕이 나서서 ‘그대의 죄라고 할 수 없는 일이지 않느냐’고 설득해 보았지만 이리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리는 ‘형벌을 잘못 내렸으면 마땅히 형벌을 받아야 하며, 사형을 잘못 내렸으면 마땅히 사형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고는 칼에 엎드러져서 죽고 말았다. 과연 우리나라의 법조인들 중에 이리처럼 행동하지는 못하더라도, 비슷한 마음이라도 가진 청관(淸官)들이 몇이나 될까. 아니, 어디 있기나 한 것일까. 아픈 장면이다.
제목부터 흥미로운 책을 한 권 읽었다. ‘저주 받으리라, 너희 법률가들이여!’라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책의 첫머리에 ‘부족시대에는 주술사가 있었다. 중세에는 성직자가 있었다. 오늘날에는 법률가가 있다’고 썼다. 법률가들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낸 문장이다. 또 저자는 사회질서를 복잡하게 만든 ‘법을 없애버리자’고 주장한다. 동시에 법에 기생해서 먹고 사는 ‘법률가들도 제거해 버리자’는 파격적인 제안까지 내놓는다.
물론 저자도 이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영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법률기술자들 때문에 세상이 훨씬 복잡해졌음을 강조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는 일부 법률가들 때문에 국민들의 불신이 하늘을 찌르는 요즘이다. 법률가들의 개과천선을 촉구한다.
손정임 기자 sjo544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