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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주환 (전)한국사회복지관협회장 |
요즘 대통령에 대한 각 부처의 업무보고가 연일 화제다. 정부가 하는 일을 공개된 자리에서 검증할 수 있어서 좋다는 의견이 많다. 업무보고 과정이나 대통령의 질의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일을 잘 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장면이 자주 노정됐다. 그 장면을 보면서 현직에 있을 때, 작은 기관이었지만 아주 일을 잘했던 직원들이 생각나기도 했다.
일 잘하는 사람들은 우선 자신이 맡은 업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자신의 업무를 계량화해서 설명하고 문제점과 대안까지 일관성 있게 제시한다. 보고 자체가 딱 떨어진다. 잡소리가 거의 없는 것도 특징이다. 기본적으로 준비가 철저하기 때문에 어떤 질문에도 우물쭈물하는 법이 없다. 반대로 일을 못하는 사람들은 말이 많고 동작이 크다. 말은 많은데 핵심이 없다. 동작은 큰데 성과가 없다. 그들은 자리만 꿰차고 있는 일부 무능한 공직자들과 다를 게 없다. 조직이나 기관의 성장과 발전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조직의 정체성과 미래를 갉아먹는 인물들이다. 그런 사람들은 유독 핑계가 많다. 사람이 없어서, 돈이 없어서, 환경이 좋지 않아서 등등 일은 한 가지인데 핑계는 열 가지도 넘는다. 일 잘하는 사람은 핑계를 찾는 시간에 가능성을 찾아내는 사람이다.
일 잘하는 사람의 두 번째 특징은 사업의 필요와 목표가 분명하고, 논거(論據)가 확실하다. 계획서나 보고서가 장황하지 않고 매끄럽다. 논거가 분명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 계획서나 보고서가 논문도 아닌데 무슨 논거가 필요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업이 왜 필요하고 무엇 때문에 진행하는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으면 그 사업은 허공에 뜬 사업이 되고 만다. 일 잘하는 사람들의 사업은 지역주민의 욕구에 기반하고 있거나 유사한 사업의 성공사례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설득력이 있는 사업은 지역주민의 참여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새롭게 시작하는 창의적인 사업이라고 할지라도 뜬금없는 근거를 들이대는 것이 아니라 기관의 가치나 시대의 흐름을 읽어낸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할 줄 안다. 주관적인 판단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
일 잘하는 사람은 매사에 정직하다는 특징이 있다. 여기서 정직하다는 것은 무슨 심오한 뜻이 있는 것이 아니다. 말과 행실에 거짓이 없다는 말이다. 우리의 일반적인 경험을 돌아보면, 곤란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 실없는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다른 사람에게 큰 위해를 가하는 거짓말이 아니긴 하지만, 조직이나 기관의 운영과 관련된 경우에는 부실이 쌓이게 된다. 특히 거짓말은 묘한 관성이 있어서 한 번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꾸 늘어나게 되어 있다. 그러면 말과 행실에 흠집이 생긴다. 거짓말은 어느 곳에서도 해서는 안 될 것이지만 조직이나 기관의 구성원이라면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첫 번째 금기(禁忌)다. 그렇다고 직장인이 모르는 일을 모른다고 하는 것은 정직한 자세가 아니다. 모르는 일은 더 알아보겠다고 말하는 것이 바른 태도다.
일 잘하는 사람의 특징으로 ‘능력’을 앞세우는 경우가 많은데, 능력도 철저한 준비와 치열한 성실의 누적이 만든 산물이다. 일 잘하는 사람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선 정성을 다하는 자세가 시작이라면 일과 자신이 하나가 됐을 때 비로소 완성가능하다.
손정임 기자 sjo5448@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