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본분(本分)에 충실할 것

기사승인 2024.07.22  16:13:08

공유
default_news_ad1

‘사기열전(史記列傳)’을 공부 중이다. 엄청나게 두꺼운 책인데다 등장인물도 한 두 사람이 아니다. 처음에는 내용 파악마저 쉽지 않았다. 그래도 꾸준히 공부모임에 참석하다보니 이제는 어느 정도 감이 잡혔다. 읽는 재미도 있고, 독후감을 나누는 일도 즐거워졌다. 지인이 추천한 참고도서를 함께 보면서 큰 맥락을 잡은 것이 즐거움을 키웠다. 

최주환 (전)한국사회복지관협회장

사기열전은 70편의 개인 전기를 기록한 책이다. 70편이라고 해서 70명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다. 한 편에도 십여 명이 느닷없이 튀어나온다. 정신을 차리고 읽지 않으면 무슨 이야기인지 헷갈리는 경우가 잦다. 다행히도 9주간 만에 1권인 35편까지 기분 좋게 마쳤다.

사기열전을 읽으면서 눈에 띈 인물이 여러 명이다. 그 사람들의 이야기는 앞으로 차근차근 나누기로 하자. 다만, 높은 자리에 오른 후에 ‘자기관리 부실’로 불행한 최후를 맞은 사람이 많아서 안타까웠다. 또 사기열전이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수많은 ‘관계’들이 얽힌다. 그 관계가 때로는 등용의 기회가 되기도 하고, 나락에 빠지는 시작이 되기도 했다. 

사기열전을 보면서 속이 상한 대목도 많았다. 사람의 죽음을 너무 가볍게 여긴 점이다. 수많은 사람의 죽음을 너무 건조하게 서술하기도 했고,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경우도 빈번하게 등장했다. 전쟁의 시기였다는 점을 고려해도 쉽게 납득하기 어려웠다. 

사기열전의 백미는 ‘멋진 말’들이다. 공부를 많이 한 사람들이고, 말로 상대방을 설득해서 뜻을 이루려던 사람들의 이야기라 그런지, 기가 막힌 말들이 많았다. ‘깃털도 쌓이면 배가 가라앉고, 가벼운 것도 많이 실으면 수레의 축이 부러진다’는 말이나 ‘재앙이란 복이 의지하는 곳이고, 복이란 재앙이 숨는 곳이다’는 말은 우리의 생각을 다시 정리하게 한다. 

‘여러 사람의 입은 무쇠라도 녹일 수 있고, 헐뜯는 말이 쌓이면 뼈라도 녹일 수 있다’는 말이나 ‘세 사람이면 호랑이도 만들 수 있다’는 말은 2,000년이 지난 오늘에도 적용할 수 있는 말이다. 이밖에도 정신을 번쩍 일깨우는 말들은 책의 여러 곳에 많았다. 

사기열전 각 편의 말미에 사마천은 태사공이라는 필명으로 짤막한 촌평을 달아 놓았다. 크고 작은 욕심 때문에 삶이 엎어진 일들을 언급하면서 겸양(謙讓)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자기 본분을 지키는 것이 삶의 근본임을 역설했다. 본분을 넘어서는 순간부터 몰락이 시작되었음을 상기시킨다. 

사기열전을 공부하는 내내 떠나지 않은 생각이 있다. 어쩌면 그 때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행태가 달라진 것이 없을까 하는 점이다. 사슴을 말(馬)이라고 하는 무리들이 여전하고, 속임수와 배신으로 영달을 꾀하려는 군상들도 여전하다. 물론 그들의 종착지가 불행이었음도 여전하다. 본분에 충실해야 엎어지지 않는다.

손정임 기자 sjo5448@naver.com

<저작권자 © CAM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