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향토서점의 명맥을 이어오던 ‘계룡문고’가 문을 닫았다. 지난 30년 동안 시민들의 문화공간이자 교류공간이기도 했던 서점이다.
최주환 (전)한국사회복지관협회장 |
이동선 대표는 책을 파는 일에도 열심이었지만, 책에 담긴 아름다운 내용들을 시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무던히도 애썼다. 초등학교를 찾아다니면서 그림책을 읽어주고 아이들과 함께 울고 웃는 일에도 열심이었다. 또 서점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선생님들과 아이들의 감성을 일깨우기 위해 헌신적인 열정을 기울이기도 했다. 계룡문고는 단순히 이익을 추구하는 공간이 아니었다. 책을 매개로 사람과 생각이 만나고 희망과 설렘이 오가는 ‘인생 책방’의 의미도 있었다.
사실, 지역의 서점들의 어려움은 인터넷과 온라인서점이 등장하면서부터 시작됐다. 클릭 한 번으로 궁금증이 해결되는 세상에서 굳이 오프라인서점에 갈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더구나 온라인서점의 편의성과 조금 싼 책값은 독서생태계 자체를 교란시켰다. 게다가 코로나19의 창궐은 빈사상태에 있던 오프라인서점들에게 치명상을 안겼다. 매출이 급감했고, 반복되는 자구노력은 서점들을 거덜나게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서점을 영업공간으로만 바라본 정책당국의 무지도 한몫을 단단히 했다. 은근히 책 읽는 사람들을 싫어하는 정치인이 많아진 환경도 서점들을 곤경에 빠지게 만든 중요한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계룡문고가 재정난을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기로 한 날, 서점에 가봤다. 출입구에 ‘죄송하다’는 대표의 글이 붙어 있었다. 지난 여러 해 동안 직원들의 급여가 밀리는 일만은 피해보려고 동분서주하던 모습이 그 글 위로 어른거렸다. 누적된 거액의 임차료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걸 내놓은 모습도 함께 보였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대전의 독서문화를 올바르게 세워야 한다는 일념으로 서점을 지켜내려고 발버둥 치던 모습도 생각났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벌써 책들이 치워지고 있었다. 출판사 관계자들이 자신의 책들을 가져가려고 빠르게 움직였다. 그들의 얼굴도 어둡고 무거웠다.
아무튼 대전의 원도심에서 정신적 오아시스의 역할을 하던 계룡문고는 문을 닫았다. 뒤늦게 소식을 들은 시민들이 서점에 달려와서 굵은 눈물방울을 떨구기도 했고, 점차 비워지는 서가를 돌아보며 장탄식을 쏟아내기도 했다. 대표를 붙잡고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 하는 이도 있었다. 어떤 이는 서점 곳곳을 촬영하면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자신의 정서적 안식처였던 서점이 사라지면 안 된다면서 발을 동동 구르는 이도 있었다.
어려운 시절을 계룡문고 때문에 견뎌왔다는 분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그 분은 대전의 성장 동력 중에서 가장 근본이 되는 구동축이 사라져버렸다고 했다. ‘세상이 기울었다’고도 했다.
손정임 기자 sjo544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