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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망령과 '주권'의 독재

기사승인 2025.11.23  16: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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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수의 자유민주주의 이념 주장과 진보의 국민주권주의 이념 주장의 모순을 중심으로

헌법은 두 개의 칼날 위에 서 있다

2025년 11월, 여의도의 겨울바람이 다시 차갑다.
정확히 1년 전, 대한민국은 헌정사상 초유의 '12.3 비상계엄'이라는 헌법적 비극을 목격했다.

글쓴이 :박재흥태안읍 동문리 (법학전공)

 '반국가세력 척결'을 명분으로 내세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위헌적 도박은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으로 막을 내렸고, 촛불의 열기 속에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많은 이들이 이를 두고 '비정상의 정상화'라 칭하며 무너진 법치주의의 회복을 기대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법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대한민국의 헌법 현실은 여전히 위태롭다. 

과연 대한민국 헌법의 규범력(Normative force)은 온전히 회복되었는가?

안타깝게도 대답은 부정적이다. 

윤석열이라는 '공동의 적'이 사라진 헌정의 공백을, 이제는 두 개의 왜곡된 헌법관이 채우며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쪽에는 자유민주주의를 배타적 통치 도구로 전락시킨 보수의 '형식적 법치'가 남긴 망령이, 다른 한쪽에는 국민주권을 절대화하여 헌법적 한계를 넘으려는 진보의 '다수결 독재'가 자리하고 있다.

1. 윤석열과 보수의 법철학적 빈곤: '방어적 민주주의'의 오남용

보수 진영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세웠던 '자유민주주의'는 헌법학에서 말하는 다원적 민주주의가 아니었다.

 그것은 냉전적 사고에 기반하여 통치권자가 자의적으로 적을 규정하고 배제하는 칼 슈미트(Carl Schmitt)적 '결단주의'에 가까웠다. 

헌법재판소가 2024헌나8 결정문에서 설시했듯, 12.3 계엄은 헌법 수호의 수단이 아니라, 행정부가 물리력을 동원해 입법부를 무력화하려 했던 권력분립 원칙의 중대한 파괴 행위였다.

문제는 이러한 인식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다가오는 선거를 "체제 전쟁"이자 "제2의 건국 전쟁"으로 규정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정당 간의 경쟁을 '내전(Civil War)' 상태로 환원시키는 위험한 발상이다. 

헌법 제8조가 보장하는 복수정당제는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는 관용(Tolerance)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작금의 보수 야당은 자신들의 자유만을 절대시하며 타자를 절멸의 대상으로 삼는 '전체주의적 자유주의'라는 형용모순에 빠져 있다. 

이는 헌법이 경계하는 '가짜 자유주의'다.

2. 이재명과 진보의 위험한 질주: '국민주권'의 절대화와 헌법의 도구화

그렇다면 촛불의 수혜를 입은 이재명 정부는 진정한 헌법의 수호자인가?

 유감스럽게도 현재 집권 세력은 '국민주권' 이념을 오도하여 헌법의 또 다른 축인 '법치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루소(Rousseau)가 말한 '일반의지(General Will)'를 자신들이 독점하고 있다고 믿는 순간, 민주주의는 다수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폭정이 된다.

첫째, '사법부의 민주적 통제'라는 미명 하에 자행되는 사법권 독립의 침해다. 

"판사도 선출해야 한다"거나 "법 왜곡죄로 판사를 처벌하자"는 주장은 헌법 제103조가 규정하는 법관의 독립을 정면으로 부정한다.

 근대 입헌주의 헌법이 사법부를 비선출 권력으로 남겨둔 이유는 명백하다.

 사법부는 일시적인 여론이나 정치적 다수결로부터 소수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반다수결적(Counter-majoritarian)' 보루여야 하기 때문이다.

 판결을 다수의 의사로 통제하겠다는 것은 재판을 '인민재판'으로 만들겠다는 것과 진배없다.

둘째, 대의제 민주주의의 왜곡이다. 

헌법 제46조는 국회의원에게 국가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할 의무를 부여한다. 이를 '자유위임(Free Mandate)' 원칙이라 한다.

 그러나 민주당은 "당원이 주인"이라며 국회의장 선출까지 당원 투표에 부치고, 의원을 강성 지지층(팬덤)의 단순 대리인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이는 의회 민주주의를 '직접 민주주의'의 하위 개념으로 격하시키며, 토크빌(Tocqueville)이 경고한 '다수의 전제(Tyranny of the Majority)'를 현실화하고 있다.

셋째 입법독주에 의해 위헌적 입법으로 사법권을 통제하려는 시도이다 

재판정지 규정을 만들고 ㆍ특정재판을 위해 특별재판부를 설치하려하고 배임죄를 폐지하려하고 선거법을 개정하려는 시도이다 

3. 낡은 이념의 한계: 헌법은 승자의 전리품이 아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법치'를 빙자해 민주주의를 억압했던 권위주의의 그림자와, '민주'를 빙자해 법치를 허무는 포퓰리즘의 그림자가 겹쳐지는 어두운 골짜기를 지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헌법학적 진실을 직시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라는 이념도, '국민주권'이라는 이념도 그 자체로는 헌법의 완성이 될 수 없다.

 어느 한쪽의 가치만을 절대시할 때 헌법은 균형을 잃고 파국으로 치닫는다.

헌법(Constitution)은 권력을 가진 자가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칼이 아니라, 그 권력을 제한하기 위해 존재하는 규범이다. 

윤석열 정부의 실패는 헌법을 정적 제거의 도구로 썼기 때문이며, 이재명 정부의 위기는 헌법을 다수의 뜻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여기는 데서 비롯된다. 

'선출된 권력'이라는 민주적 정당성이 헌법이 정한 '견제와 균형'을 무너뜨리는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결론: 적대적 공존을 넘어 '실질적 법치'로

12.3 사태 1주년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헌법의 위기는 독재자 한 명을 몰아낸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윤석열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다수의 위력'을 절제하고 사법부와 의회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실질적 법치'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야당 역시 섬뜩한 '체제 전쟁'의 구호를 거두고 헌법 테두리 안의 경쟁자로 복귀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낡은 87년 체제의 이념적 내전을 끝내고, 승자독식이 아닌 공존을 모색하는 '제7공화국'의 가치를 고민해야 한다. 

헌법은 적을 섬멸하기 위한 무기가 아니라,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우리가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 맺은, 깨어지기 쉬우나 반드시 지켜야 할 약속이기 때문이다.

글쓴이 :박재흥
태안읍 동문리 (법학전공)

CAM뉴스 cambroadcas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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