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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주환 (전)한국사회복지관협회장 |
유유상종은 ‘비슷한 성향을 가진 부류끼리 서로 어울린다’는 뜻이다. 이 말이 불현듯 생각난 것은 며칠 전의 재판과정을 보면서다. 어쩌면 그리도 비슷한 꼴값을 떨고 있는지, 한심하고 기가 막히지 않을 수 없었다. 원래 그런 인물들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으나 이 정도까지 나락에서 허우댈 줄은 몰랐다. 하는 짓들이 너무 천박하고 저열했다. 청소년들이 볼까 두려울 정도였다. 그런다고 재판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형량이 가벼워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양형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요소인데도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변호사들의 변론에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그런데도 일탈적인 행위로 재판을 방해했다. 게다가 피고인 당사자까지 나서서 온갖 꼼수들을 동원하는 걸 보면 그들의 윤리지수가 어떤 수준인지를 가늠하고도 남음이 있는 장면이었다.
부분적이기는 하지만, 재판과정을 요약해서 보여주는 화면을 보다가 뒷골을 잡은 국민들이 많았을 것이다. 전직 대통령이고 국방장관이라면 지난 사태에 대한 사과와 죄책을 달게 받겠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부하들에 대한 선처를 당부하는 것이 바른 태도다. 헌법재판소에서도 지난 사태를 헌법에 반하는 내란행위로 적시했고, 그에 따라 파면을 선고한 바 있다. 그 이후, 경호처를 방패막이로 사용하면서 찌질한 행태를 보이다가 결국은 구속되어 재판을 받는 지경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말하고 처신해야 할지 이미 정해진 일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남 탓’으로 일관하면서, 자기가 저지른 국정문란에 대해서는 일말의 반성도 없다. 자기가 옳았다는 강변을 고수하고 있다. 그에게 빌붙어 한 자리 해보려던 인사들의 덜떨어진 궤변도 국민들의 혈압을 높이고 있다.
사람은 사회적 존재다. 함께 사는 존재라는 말이다. 다른 사람과 어울려서 살아야 사람답게 살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는 맑은 생각들이 원칙이 되어야 하고, 밝은 규범들이 존중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권한을 함부로 사용하고 공통의 이익을 사유화하려고 한다. 폭력을 동원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금수들과 다를 게 없어진다. 그래서 사람이 사는 사회는 지켜야 할 일이 많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으뜸인 것이 ‘정직’이다. 정직하지 못한 사회는 다른 요소들이 아무리 튼튼해도 쉽게 허물어진다. 역사가 증명하는 바다. 또 정직하지 못한 사람의 정체는 금세 드러난다. 문제는 이런 부류들끼리 모여서 세력을 형성하고, 그들의 세상을 만들려는 일들을 계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성 없는 내란세력의 일탈이 그렇고, 공범들의 막무가내가 그렇다.
유유상종이 중국의 고전에서 비롯된 말이라고는 하지만, 인간관계의 일반적인 양상을 지칭하는 말이기도 하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말이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끼리 만나면 편안할 수밖에 없다. 의사결정도 빨라지고,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못된 목표를 가지고 끼리끼리 모이면 말과 행동이 거칠어진다. 울타리를 견고하게 만들고 다른 부류의 접근을 차단한다.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하기 위한 일이라면 앞뒤를 가리지 않고 설친다. 이렇게 되면 평온해야 할 사회적 관계들이 망가지게 된다. 잘못된 유유상종이 만든 불행한 장면들과 그들의 비극은 많이 보아왔다. 유유상종이 불행한 장면의 원인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제는 유유상종이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사회적 저력의 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오한비 기자 hanbi2524@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