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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청 행정통합 무산이 남긴 숙고의 과제

기사승인 2026.02.25  08:5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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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청 행정통합 무산이 남긴 숙고의 과제

대전·충청 행정통합 특별법이 결국 무산됐다. 일부 보도에서는 여권 내부의 이해관계 충돌이 좌초의 원인인 것처럼 전했으나, 대통령의 직접 반박은 사안을 보다 본질적인 차원으로 되돌려 놓았다. 핵심은 ‘정치적 계산’이 아니라 ‘충분한 공감과 합의의 부재’라는 점이다.

광역 행정구역 통합은 단순한 제도 조정이 아니다. 수십 년, 길게는 천년의 역사와 정체성을 지닌 행정 단위를 재편하는 일이다. 예산 구조, 권한 배분, 공공기관 이전, 정치적 대표성까지 전면적으로 바꾸는 중대한 결단이다. 이런 사안을 충분한 지역 공론화와 정치권의 폭넓은 동의 없이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

이번 사안을 바라보는 대통령의 메시지에는 ‘강행’이 아니라 ‘숙고’의 무게가 실려 있다. 야당과 시·도의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은 통합 의지의 후퇴라기보다, 통합의 정당성을 지키기 위한 절제에 가깝다. 속도를 늦추더라도 사회적 합의를 우선하겠다는 판단에는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큰 틀 속에서 지역 갈등을 최소화하려는 깊은 고민이 담겨 있다.

문제는 이러한 고뇌와 절제의 메시지를 정치권이 온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합의 필요성은 말하면서도, 정작 통합 이후의 권력 지형과 선거 구도에 대한 이해득실을 먼저 계산하는 모습은 국민에게 설득력을 주기 어렵다. 대통령이 제시한 ‘합의의 전제’라는 원칙이 정치적 수사로 소비된다면, 통합 논의는 다시 표류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논의 과정에서 드러난 또 하나의 한계는 시민 체감의 부족이었다. 재정 지원 규모와 특례 조항이 제시되었지만, 그것이 시민 개개인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에 대한 설득은 충분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통합의 명분이 ‘효율’과 ‘규모의 경제’에 머무른 채, 주민 정체성과 생활권 문제에 대한 섬세한 접근이 부족했다면 이는 분명한 과오다.

행정통합은 실패로 단정할 사안이 아니다. 오히려 이번 무산은 우리 지방자치가 어떤 원칙 위에서 작동해야 하는지를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다. 광역 통합은 정치적 결단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최소한 해당 지역 다수의 공감과 정치권의 폭넓은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통합은 출범과 동시에 갈등의 씨앗이 된다.

대전·충청 통합 논의는 여기서 끝나서는 안 된다. 다만 다음 단계는 분명하다. 철저한 주민 의견 수렴, 통합 이후 권력 구조에 대한 투명한 설계, 여야를 초월한 공동 로드맵 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 속도보다 합의, 정치보다 시민이라는 원칙이 지켜질 때 비로소 통합은 현실이 될 수 있다.

행정통합은 정치인의 프로젝트가 아니라 시민의 선택이어야 한다. 이번 무산이 남긴 교훈은, 지도자의 고민을 구호로 소비하지 말고 그 무게를 함께 짊어질 성숙한 정치가 필요하다는 데 있다. [글:김문교]
#대전충남행정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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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개혁
#정치와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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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교 대표기자 cambroadcast@naver.com

<저작권자 © CAM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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