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해리스 후보를 지지하는 오프라 윈프리의 연설을 보았다. 그녀는 트럼프를 거명하지 않고도 그를 통박했다. 또 미국의 미래를 위해 투표 하자고 역설해서 청중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최주환 (전)한국사회복지관협회장 |
오프라 윈프리는 방송진행자였다. 그녀는 불행했던 유년시절을 극복하고 멋진 삶을 일구어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성장기의 역경을 최고의 방송진행자가 되는 밑거름으로 삼았다. 1986년부터 2011년까지 진행된 ‘오프라 윈프리 쇼’는 미국인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대통령부터 평범한 사람까지 그녀의 방송에 출연했다. 방청객 276명에게 자동차를 선물한 역대급 이벤트는 지금도 회자된다.
그녀는 해리스 후보를 지지하는 연설에서 ‘책은 위험하고, 소총이 안전하다고 믿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그녀의 연설 중에서 이 부분이 특히 눈에 띄었다. 미국의 보수적인 인물들은 ‘총이 안전을 보장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생각의 저변에는 전 세계에서 전쟁을 밥 먹듯이 일삼고 무기를 팔아서 부를 축적해온 미국의 오래된 치부가 깔려있다.
지금도 미국은 무기시장을 압도하고 있다. 물론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고 말한 동양인도 있었다. 하지만 미국처럼 ‘힘에 의한 자유 혹은 힘에 의한 평화’를 신봉한 것은 아니다.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는 미국은 지성의 힘보다 완력의 힘을 더 믿고 있다.
오프라 윈프리는 미국인들에게 완력에 의해서 보장되는 안전이나 평화보다 이성에 의해서 담보되는 안전이나 평화를 바라보자고 했다. 그녀는 연설에서 ‘우리들을 두렵게 만들어서 지배하려고 하는 사람들을 경계하자’면서 안전의 도구로 책을 거론했다.
책에 대한 언급이 짧은 한 구절에 불과하기는 했지만, 이 한 구절만으로도 책이 소총보다도 훨씬 큰 힘이 있음을 역설했다. 근거 없는 비난과 험담 일색의 무대뽀 연설만 늘어놓는 사람에 대한 격조 높은 비판이자, 선택의 기준을 ‘가치 중심’으로 다시 설정하자는 호소였다. 차별 없는 세상과 이웃 사랑에 대한 간절한 소망도 연설 내용에 충분하게 담겨있다.
오프라 윈프리는 자신의 성공요인 중에서 ‘독서’를 가장 앞자리에 두었다. 그녀가 책을 얼마나 읽었는지에 대한 정보는 없다. 하지만 그녀가 쓴 책들을 보면 빈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현대사회는 우리를 책에서 멀어지게 만든다. 모든 것이 클릭 한 번으로 해결된다. 물건의 구매도, 궁금증의 해소도 클릭 몇 번으로 끝이다.
그런데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꼴통 지도자들은 책 읽는 것을 싫어한다. 책 속에 바른 길이 담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련 예산도 어떻게든 줄이려고 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인류의 역사는 책이 이끌고 왔음을 직시해야 한다. 책을 사랑해야 바른 세상이 된다.
손정임 기자 sjo544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