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현장에서 은퇴한 사람이 ‘사회복지계 현안’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 오래 생각했다. 그래도 애정이 담긴 한 마디가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너그럽게 보았으면 좋겠다.
최주환 (전)한국사회복지관협회장 |
오래 전, 사회복지계가 정치적 계산을 깔고 접근한 몇몇 교수들에 의해 휘둘린 적이 있다. 현장의 문제는 현장의 힘으로 풀어야 한다는 믿음이 있었지만, 당시로서는 연결고리가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그들의 의도를 순수한 것으로 여겼고, 일정한 역할을 했다. 돌아온 것은, 불행하게도 ‘당신들이 한 일은 없다’는 뒷빡이었다. 그들을 믿고서 이리저리 뛰어다닌 날들에 대한 보상이 ‘모멸감’이었다.
그 이후, 현장의 역량으로 정치적인 힘을 일궈야 한다는 생각을 굳건하게 다졌다. 사회복지를 대표한다는 조직의 문을 여러 차례 두드려봤다. 대표가 되는 인물과의 면담도 해보았다. ‘쇠귀에 경 읽기’가 따로 없었다. 도무지 사회복지현장을 중심에 세우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사회복지직능조직을 책임진 분들과 뜻을 모으고 주요과제를 공유한 후에 조직을 꾸렸다. 단체들이 하나의 이름으로 행동하니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국회가 반응했고, 보건복지부가 움직였다. 거액이 움직이는 정부예산의 조정도 이뤄냈다. 지금은 ‘그러려니’하는 일이 되었지만, 굵직한 현안도 현장의 요구대로 관철시켰다.
물론 과정은 지난했다. 집중해야 할 과제를 선정하는 일도 녹록치 않았다. 다행히 직능단체간의 토론이 이어지면서 합의점이 만들어졌다. 일부에서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우선순위에는 대체로 의견이 모아졌다. 정부나 국회를 움직이는 기술적인 방법도 서로의 머리를 맞대니 뻥 뚫린 길이 보였다. 직능단체 실무자들이 다듬어서 내놓은 논리는 국회의원과 정책담당자들을 설득하는 든든한 토대가 되었다.
무엇보다도 다른 세력의 힘을 빌리지 않으니 저절로 일의 추진과 속도에 탄력이 붙었다. 직능단체간의 양보와 협력은 결정적이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지금은 다시 각개약진으로 돌아선 느낌이다.
사회복지현장의 문제는 산더미다. 그 중에서도 ‘재정부족, 인원부족, 이해부족’은 심각하다. 늘 돈에 쪼들리고, 직원은 태부족이며, 복지현장에 대한 정치적 이해는 수준이하다. 이런 부족현상의 심화는 복지현장을 어깨 한 번 펴지 못하는 지경으로 몰아간다. 결과적으로 현장의 소리는 가늘어지고, 정책의 우선순위에서도 ‘항상 뒷전’이다.
이런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허튼 기대를 내버리고, 현장을 중심으로 하나가 되어목소리를 두텁게 내야 한다. 직능단체만의 힘으로는 이룰 게 별로 없다. 다소 차이가 있더라도 하나로 뭉쳐야 한다. 단체의 ‘이름 알리기 행사’보다 복지현장 전체를 아우르는 전략이 필요한 때다.
손정임 기자 sjo5448@naver.com